한글날이 공휴일이 아니어서 우울하다
머지않아 한글날이다. 우리나라 5대 국경일 가운데 하나다. 삼일절ㆍ제헌절ㆍ광복절ㆍ개천절 그리고 한글날이다. 재밌는 것은 한글날을 빼고는 모두 한자로 된 이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에는 한자로 표기하지 않고 한글로 적는다. 그래서 옆집 꼬맹이도 삼일절ㆍ제헌절ㆍ광복절ㆍ개천절이라고 또박또박 잘 읽는다. 三一節ㆍ制憲節ㆍ光復節ㆍ開天節이라고 썼다면 그 꼬맹이의 머릿속은 아마 @$%#*&^*&*()*^^$#$#@@!$%(** 됐을 것이다.
한글날은 10월 9일이다. 다 안다. 다 알까? 그렇지 않다. 언젠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정확한 수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글날이 며칠인지 모르는 형아들이 엄청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놀라운 일이었지만 곰곰 생각해 보니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 글쓴이가 어렸을 때는 한글날이 공휴일이어서 학교에 가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제일 신나는 날은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다(?). 한글날이 반갑고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글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니 잊을 리가 없다. 한글 고맙습니다. 위대한 세종대왕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그런데 90년부턴가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되고 아이들은 더 이상 한글날을 특별한 날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한글날에도 어김없이 학교에 가야한다. 방송에서 올해는 몇 돌 한글날입니다. 어디선가 기념식이 열리고 어디선가 한글날 잔치가 열린다고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하고는 별로 관계가 없는 날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한글의 고마움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직장인들도 마찬가지겠지!
자, 562돌 한글날을 앞두고 왜 이런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는 걸까? 한글문화연대는 한글날 행사를 잔뜩 준비했다. 10월 4일에는 공부방 아이들과 영릉을 답사한다. 10월 5일에는 ‘한글옷이 날개’라는 한글옷 뽐내기 잔치를 한다. 그밖에 다른 잔치도 많다. 그런데 대부분 한글날에 하지 못한다. 한글날이 휴일이 아니어서 국민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참된 국경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대통령령’으로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늦었지만 내년 563돌 한글날을 위해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
- 이 글은 10월 4일자 경인플러스 칼럼으로 발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