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문화연대는 한글사랑파!
한선교 의원이 좀 이상한 얘기를 한 것 같다. 참여정부 시절 문예진흥기금, 방송발전기금 등 민간단체 지원금이 좌파단체에 편향 지원됐다고 지적하면서 문예진흥기금중 총 65억 2751만원이 광우병 촛불집회에 참가한 단체인 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한국작가회의(구 민족문학작가회의), 문화연대, 한국민족음악인협회, 우리만화연대, 한글문화연대 등에 편파 지원됐다는 거다.
끄트머리에 한글문화연대 이름이 거론된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한편으로는 우리 단체가 꽤 컸나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등었다. 헌데 이 얘기를 듣고 우선 궁금했던 것은 한글문화연대가 지원 받은 돈이 있었나 하는 거였다. 그래 기억을 더듬어 확인해 보니 2003년엔가 "남북한 외래어 수용과 통일 방안"이란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고, 그 때 문예진흥기금에서 토론회 비용을 조금 받았었다. 받긴 받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글문화연대를 좌파단체로 보고 토론회 지원금을 주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에 촛불시위와 관련해서 참여단체를 좌파로 모는 경향이 있는데 거론된 단체에 따라서 실체는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한글문화연대가 촛불집회에 참여한 것은 소고기 협상이 심각하게 잘못됐다고 보았기 때문이지 좌파단체라서가 아니다. 본디 좌파나 우파라는 말은 프랑스혁명 이후에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때는 확실한 정치적 지향보다는 자리가 왼쪽, 오른쪽이어서 그렇게 부르기 시작한 것으로 들어 알고 있다. 어쨌거나 좌파든 우파든 정치적 지향점이 다른 것이지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그르다고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도 해방 이후 우파도 있었고, 좌파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중도파도 있었다. 중간파라는 명칭도 있었다. 중도파는 또 중도우파, 중도좌파 등으로도 나누기도 했었다. 뭐 요즘도 중도우익이니 중도좌익이니 하는 말들이 다 비슷한 얘기인 듯하다.
얘기가 좀 길어졌는지 모르지만 한글문화연대가 과연 좌파일까? 모른다. 우파일까? 역시 모른다. 연대에서 활동하는 운영위원들 중에는 이 당을 지지하는 이도 있을 테고, 저 당을 지지하는 이도 있을 것 같다. 그 동안 그런 걸 일일이 물어본 적도 없고 물을 일도 없었다. 왜냐하면 연대의 구성원들이 모인 까닭이 그런 정치적 지향 때문이 아니고 한국어와 한글 사랑 때문이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소중하고 여기고 한글을 중요하게 귀히 여기는 사람들이 모여서 한국어 사랑, 한글 사랑 하겠다고 저마다 직장 일을 하면서 또 시간을 쪼개서 한글문화운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영어몰입정책 같은 우리말글을 소홀히 하려는 정책을 반대하고 동주민센터 같은 어처구니 없는 정부 이름에 반대하는 운동 등을 벌이고 있다. 최근 문화부에서 한글문화관을 건립하려는 의지를 보여 한글문화연대 주관으로 "한글문화관 건립 추진을 위한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정부가 국어발전을 위한 일에 몰두하면 우리는 정부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어떤 당이 한글을 더 살리고 키우는 일을 한다면 마음으로부터 성원할 것이다. 이런 한글문화연대를 굳이 무슨 파로 분류를 한다면 한글사랑파 혹은 한글존중파 정도가 되지 않을까? 좀 더 세게 나가봤자 한글섬김파 정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