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는 우리말이 아니다!
동사무소가 ‘동주민센터’로 이름을 바꾸었을 때 한글문화연대는 강력하게 항의했다. 아무리 외국어와 외래어가 남용되는 세상이라지만 ‘정부 이름만큼은 아름다운 우리말로 하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행자부 담당자의 답변은 애초에 아름다운 우리말을 생각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지만 ‘센터가 외래어’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외래어도 우리말이니 쓸 수 있다는 항변이었다.
‘센터’가 발단이 되기는 했지만 그 때부터 고민이 깊어졌다. 외래어가 정말 우리말인가? 어딘가에 그런 규정이 있나? 표준어에 대해서는 표준어 규정에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정의돼 있다. 물론 이러한 규정에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도 많다. ‘교양 있는’이라든가 특별히 ‘서울말’로 한정한 것 등에 대해서 그렇다. 하지만 좋든 좋지 않든 표준어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규정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봐도 외래어에 대한 규정은 없다. 최근 건국대의 박종덕 교수가 ‘국어발전을 위한 법, 제도 개선의 방향’이란 토론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외국에서 들어온 말로 국어처럼 쓰이는 단어를 일컫는다.”라는 표준국어대사전의 설명을 그나마 준거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설명만으로도 외래어는 우리말이 아니다.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수정이라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정이지 다이아몬드는 아니기 때문이다. 외래어는 국어인 척 해도 결코 국어는 아닌 것이다. 그 날 박 교수도 더 이상은 외래어란 용어를 쓰지 말고 ‘들온말’이라고 규정하여 우리말과 확실하게 구분 짓자는 견해를 밝혔다.
글쓴이는 박 교수의 주장에 100% 찬성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외래어를 우리말이 아닌 것으로 확실하게 규정한다면 아무 데나 외국어와 외래어를 갖다 붙이는 고약한 버릇도 다소는 고칠 수 있으리라 본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는 표기에 관한 내용만 있고 외래어에 대한 정의가 없다. 정의를 넣어라, 쓰긴 쓰지만 ‘들온말’로서 결코 우리말은 아니라고!
- 이 글은 경인플러스 칼럼으로 발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