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희망
'퓨전'을 '버무리'자!
봄뫼
2008. 10. 30. 16:01
버무리떡이 있다. 멥쌀가루에 콩과 팥, 대추, 밤 등을 한데 섞어 찐 것인데 간식용으로 그만이다. 쑥버무리도 있다. 바가지에 담아 두었다가 새참으로도 곧잘 먹던 음식이다.
요즘 흔히 쓰는 말에 퓨전 예술이 있다. 우리말로 순화해 쓰면 모둠 예술 또는 비빔 예술 이라고 해도 좋겠지만, 버무리 예술쯤이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사동 화랑에서 사진전 소식이 왔다. 안내 엽서를 보니 사진전만이 아니다. 사진 위에 그림을 그리고, 오후엔 음악과 음식도 있단다. 사진 하는 이들이 많이 오겠지? 즐겁겠다.
사진, 미술, 음악, 무용 이런 것들이 한데 뒤섞여 만들어내는 버무리 예술.
맛 깔 스 러 울 것 이 다
넉 넉 한 초 가 을 이 다
- 변홍섭 님의 '어둠이 빛을 만든다'라는 책의 한 대목이다. 68쪽 '버무리 예술'인데,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익숙했던 '퓨전'이란 녀석 때문에 생각치 못했던 우리말 '버무리'를 일깨워 주셨다. 그러고 보면 생각이 짧았다. 왜 진작 이런 말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바보다. 한글 운동을 하면서도 이만한 것도 생각지 못한 바보에게 바보란 사실을 알려 주신 작가 변홍섭 님께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