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우리 옷을 입지 않는다!
한복을 입었다. 생활하기 편하게 개량하여 생활 한복 혹은 개량 한복이라고 하지만 한복은 한복이다. 갑자기 웬 한복 타령일까?
갑자기는 아니다. 벌써 5년 전부터 한복을 입고 싶었다, 한복을 입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을 뿐이다. 가까이에서 반대하는 이도 있었다. 약간의 망설임도 있었다. 그래서 좀 늦어졌다. 여하간 동작 참 느리다.
며칠 전 한복을 입었다. 한복을 입으니 좋았다. 그리고 편했다. 그 전에는 사실 불편하다고 생각했었다. 어쩌다 한 번 방송 녹화 때 입는 한복은 예쁘고 근사했지만 일상 생활을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불편하다고 생각했었다. 어떤 특별한 날, 한복 입고 화장실 가보신 분들 다들 이해하시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생활 한복은 바지 폭도 그렇게 넓지 않고 대님도 묶지 않는다. 지퍼도 달려 있고, 대님 대신 단추를 채우기만 하면 된다. 저고리든 바지든 몸을 조이지 않아 편하다.
그렇다고 해서 양복이나 청바지를 입지 않겠다는 선언은 아니다. 양복도 입고 청바지도 입는다. 함께 한복도 입는다.
한복은 우리 옷이다. 우리처럼 우리 옷을 입지 않는 사람들도 드물다. 여태까지 나 자신도 그랬기 때문에 큰소리로 떠들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동안 입지 않았었기 때문에 더욱 잘 느끼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1995년쯤 탔던 베트남 항공의 승무원들은 모두 아오자이를 입고 있었다. 차이나 항공의 승무원들도 중국 전통 옷을 입은 모습으로 광고에 등장한다. 싱가폴이나 말레이시아 항공 역시 그런 전통 옷차림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승무원은 어떤 옷을 입고 있나?
최근 일본에 잠시 다녀오면서 기모노는 아니더라도 유카타를 입은 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아주머니들만이 아니고 젊은 처녀들도 즐겨 입는 듯했다. 듣자하니 작년에는 유카타와 함께 '진베이'라는 남자 옷도 유행했었다고 한다. 젊은 남자들도 자기네 옷을 입는다는 얘기다. 불꽃놀이(하나비) 축제를 할 때면 거리가 온통 알록달록한 유카타 차림으로 바뀐다고도 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말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옷을 입지 않는 건 우리뿐 아닐까? 나 자신도 좀 늦었지만 제일 걱정스러운 건, 젊은 친구들이 한복을 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항공
중국 동방항공
2008년 여름 일본 도쿄 쇼와공원 '하나비대회' 구경 나온 사람들
축제나 페스티벌 같은 말을 쓰지 않는다. 어딜 가나 그 이름은 '하나비대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