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민센터 이름 반대 1인시위 1주년 기념 집회
오전 11시 15분, 정부종합청사 후문 앞에 고경희 대표를 비롯해서 박상배 고문, 이건범 위원, 김명진 위원, 홍종현 위원, 남궁 현 감사, 김현성 위원, 김천수 회원, 정인환 사무부장, 조한솔 대리 등이 모였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 차재경 국장님, 짚신문학회에서 오동춘 회장님이 오셨다. 신재균 님은 도로 사정 상 조금 늦게 도착했다. 11시 30분에 집회를 시작했다.
동주민센터란 이름을 왜 아름다운 우리말로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경희 대표, 오동춘 회장, 차재경 국장 등이 설명하고, 경과보고와 함께 성명서를 채택, 발표하였다.
동주민센터라는 이름을 우리말로 고쳐야 합니다.
오늘 우리 한글문화연대는 지난 1년 동안 진행한 ‘동주민센터 이름 반대 일인시위’를 돌아보며, 하루빨리 행정안전부가 과거의 잘못된 방침을 고쳐 국민의 원활한 의사소통에 디딤돌 몫을 하라고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대한민국 어느 지역이든 주민생활과 가장 가깝고 관계도 많은 행정조직에 ‘센터’라는 영어 투의 이름을 붙인 건 아무런 정당성도 실용성도 없는 처사였다. 국민들은 전국의 2천여 곳이 넘는 동사무소 이름을 바꾸는데 왜 하필 ‘센터’라는 단어가 붙어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도 없었거니와 대부분은 그 변경 사실 자체를 모르다가 개인적인 일로 건물을 찾아가서나 혹은 버스의 안내 방송과 거리의 바뀐 간판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센터’라는 말을 굳이 쓸 필요가 있겠냐는 대다수 국민들의 불만은 이미 바꿔 놓은 걸 어찌 하겠나 하는 현실의 가벼운 체념으로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만이 체념으로 변하는 그 틈을 타서 단지 ‘센터’라는 영어 단어만이 우리 생활에 파고 들어온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가? 첫째로 우리말과 우리글로 우리 생활에 필요한 이름을 짓고 적을 수 있다는 문화적 자긍심, 둘째로 새로운 말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창의력, 셋째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 누구라도 알아들을 수 있는 우리말과 글로 소통하려는 태도가 민주주의의 주춧돌이라는 믿음, 우리 국민의 마음 속에서 이 세 가지의 색깔이 바래고 말았다. 이는 헌법으로 수호해야 할 가치인 ‘국어’, 공무원이 지켜야 할 윤리인 ‘국어사랑’을 공무원 스스로가 나서서 해쳤기 때문이다.
우리 한글문화연대는 행정안전부가 행정자치부 시절이던 2007년 8월에 전국의 동사무소 이름을 주민센터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때부터 이 조치의 잘못을 수 차례에 걸쳐 항의공문과 성명서 등을 통해 지적하였고, 공식 여론 조사를 통해 국민의 반대 여론이 높음을 알렸으며, 서른 개가 넘는 시민단체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반대의 한 목소리를 냈고, 열 달에 걸친 거리 서명운동으로 국민들의 반대 의사를 모아 그 뜻을 전하였다. 그리고 그 후로도 1년 넘게 행정안전부 청사 앞에서 일인 시위를 펼쳐 우리의 요구를 밝혔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관계자들은 개인적, 윤리적 차원에서는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잘못을 시인하지 않으며 버텨 왔다. 그런 태도는 다른 공무원 사회에도 나쁜 영향을 미쳐 공무원들의 영어 남용이 극에 달하고 있으며, 덩달아 일부 국민들조차 영어 남용을 뽐내는 천박한 정서를 갖게 만들었다.
우리 한글문화연대는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국어사랑을 생활과 행정 속에 깊이 새기길 바라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동주민센터’라는 영어 투 이름을 ‘동누림터’, ‘동주민세움’과 같은 창조적인 우리말로 고쳐라.
둘째, 단 한 명의 국민이라도 못 알아 듣는 이가 없도록 쉬운 우리말을 써서 모든 행정 용어를 다듬고, 공무원들이 잘난체하며 우리말 대신 영어를 사용하는 짓을 삼가라.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
힘차게 구호도 외치고, 행정안전부에 진정서도 전달했다.
동주민센터는 우리답지 않다. 동누림터, 동주민세움과 같이 대한민국다운 이름을 가진 행정 기관이어야 바람직하다. 센터 같은 외래어에 의존하지 말고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을 붙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