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희망
빵셔틀!
봄뫼
2010. 1. 19. 14:27
셔틀콕이라는 게 있습니다. 배드민턴 경기를 할 때 쓰는 공입니다. 공이라는 말은 부적절하지만 여하튼 공 같은 겁니다. 배드민턴 채로 치면 공처럼 양 선수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겁니다. 그렇게 오락가락하는 걸 영어로 셔틀이라고 합니다. 이 ‘셔틀’을 여기저기 붙여 씁니다. 그래서 셔틀버스나 셔틀열차도 있고 스페이스 셔틀, 그러니까 우주왕복선도 있습니다.
방금 눈치를 채셨겠지만 이 셔틀은 우리말 ‘왕복’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셔틀버스는 왕복버스입니다. 다른 말로 순환버스라고도 합니다. 왕복버스도 있고 순환버스도 있는데 이 말은 점점 쓰지 않고 셔틀버스를 애용합니다. “공항셔틀을 이용하면 됩니다. 관광셔틀버스가 있습니다.” 하는 식이죠.
최근에는 더 놀라운 이름도 들었습니다. 다름 아닌 ‘빵셔틀’입니다. 빵이 오락가락합니다. 저 혼자 저절로 오락가락하는 게 아니고 오락가락하면서 빵을 나릅니다. 그럼 빵배달차인가? 맞습니다. 차는 아니지만 ‘빵배달’입니다. 차가 아닌 사람입니다. 학교에서 힘센 아이들한테 눌려 빵 심부름하는 학생들이 한 반에 한두 명씩 있다고 하는데 이런 아이들을 ‘빵셔틀’이라고 한답니다.
셔틀이라는 말이 그렇게 쓰기 편하고 써먹기 좋은지 모르지만 이 정도면 갈 때까지 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셔틀이라는 말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겠지만 셔틀을 그토록 남용하지 않았다면 ‘빵셔틀’ 같은 슬픈 말도 태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이제라도 셔틀을 버리고 왕복버스나 순환버스를 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