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게끔 만든 영화, 아바타
얼마 전 아바타를 봤다. 보고 싶었다기보다는 3디 영화라는 주위의 선전과 분위기가 나로 하여금 보게끔 만들었다.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3디 영상은 분명히 볼 만한 것이었다. 다소 눈이 어지러웠지만 입체감은 극장을 압도하는 듯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것 뿐이었다. 주인공도 특히 시지로 만든 목 짧은 기린 같이 생긴 그 주인공들도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스토리도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뻔한 도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그게 이야기 구성의 기본이라고 해도 너무 뻔해서 지루했다. 중간중간 졸기까지 했다.
예전에 퀴즈 프로그램을 할 때 당시 제작에 종사했던 이들이 기계와 컴퓨터를 활용하는 데 너무 집착했던 기억이 난다. 지나치게 그런 장치에 의존했던 나머지 그런 장치들이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무척 애를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사실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어도 그것만으로 다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 부수적인 장치에 의존하기보다는 역시 본직적인 문제에 천착하는 것이 옳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방송 프로그램이든 뭐든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 사람 냄새가 나지 않으면 공감을 얻기 힘들다. 기계 이전에 사람이다.
아바타의 문제도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지나치게 3디적인, 그래서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는 게 가장 큰 결점인 것 같다. 좌우지간 아바타는 보고싶었던 영화는 아니었고 보게끔 만든 영화였다. 2디에서 3디로의 전환이라는 시대의 기로에서 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어떤 압박감 속에서 극장을 찾은 많은 이들이 모두 그런 심정 아니었을까? 앞으로는 더 많은 3디 영상이 만들어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