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작은 사고

봄뫼 2010. 3. 16. 15:34

  작은 사고였다. 충북대학교 특강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그만 실수로 고속버스 옆거울을 들이받으면서 눈밑이 조금 찢어졌다. 조금 찢어졌지만 피가 많이 나왔고 멈추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동안 화장실에서 멍한 상태로 시간을 보냈다. 정말로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꽤나 당황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집으로 가야할지, 아니 병원에 가야할지, 간다면 어디로 가야할지 모든 게 다 망설여졌다.

 

  택시를 타고난 후에야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다쳤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집사람과 의논 끝에 신촌 세브란스로 전화를 했다. 응급실로 오면 되지만 서너 시간 대기해야 한단다. 아 병원이란 곳이 그렇구나 새삼 느꼈다. 김 회장님께 전화를 하고 여의도 형수님에게도 전화를 드렸다. 다들 놀라시며 방법을 함께 고민해 주셨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주셨다.

 

  불행 중 다행이었는지 신촌의 조철현 원장님과 연결이 되었다. 일찍 퇴근해서 일산 댁에서 쉬고 있던 참이셨지만 다시 신촌 병원까지 나와 주셨다. 11시 10분 병원 뒤 주차장에서 만나 함께 병원으로 올라갔다. 치료실에서 상처를 보시더니 역시 꿰매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마취 주사를 맞고 잠시 후 몇 바늘인가 상처를 꿰매고 일어섰다. 특별히 통증은 없었지만 몹시 불편했다.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전하고 헤어졌다. 김 회장님과 여의도 형수님께도 전화를 드리고 상황을 설명했다. 또 고마움을 전했다.

 

  다음 날, 윤 여사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조심해서 삽시다. 험난한 세상 조심해서 살아가자는 말씀이었다. '조심해서 살아가자'는 문구이 눈에 걸렸다. 귀를 울렸다. '살아가자'고 했다. 작은 사고였지만, 그리고 눈밑이 찢어지는 상처도 입었지만, 화장실에서 한동한 멍한 상태로 망연자실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게는 전화를 할 곳이 있었고, 집사람과 애, 김 회장님, 윤 여사님, 여의도 형님, 형수님, 모두 모두 멀지 않은 곳에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