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공휴일로!
일본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귀가 솔깃한 얘기를 들었다. 일본은 오늘이 경로의 날이다. 우리의 노인의 날과 비슷한 날이다. 그런데 우리 노인의 날은 공휴일이 아니지만 일본의 경로의 날은 공휴일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03년까지 9월 15일이었던 경로의 날을 공휴일법 개정에 의해 2004년부터 9월 세 번째 월요일로 했다는 것이다. 굳이 월요일로 한 까닭은 일본 역시 주5일제이기 때문에 월요일로 하면 토일월이 연휴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일부러 연휴를 만들기 위해서 월요일로 했다는 것이다.
경로의 날뿐만 아니라 1월 15일 성인의 날, 7월 20일 바다의 날, 10월 10일 체육의 날도 각각 그 달의 세 번째 월요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 덕에 일본에는 당시 공휴일 개정법에 의해 3일짜리 연휴가 4개나 생겼다. 또 하나 놀란 것은 이번 주 23일이 절기상 추분인데 역시 공휴일이라는 것이다. 아니 추분에 왜 노느냐고 물었더니 추분뿐만 아니라 춘분도 공휴일이란다. 이 정도면 일본은 공휴일 천국이거나 아니면 너무 놀고 있는 거 아닐까? 여하간 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왜 공휴일이 많지 않을까? 물론 일본의 공휴일과 우리의 공휴일 숫자를 정확하게 비교하기 전에는 모를 일이지만 역시 우리가 일하는 날이 훨씬 많지 않을까? 지20국가 중 우리나라가 노동 시간이 제일 길지 않을까? 단순히 놀고 싶다거나 쉬고 싶다거나 뭐 그런 얘기는 아니지만 여하간 너무 일하는 것도 행복하고는 좀 거리가 있는 거 아닐까? 1,2차 산업에 종사한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 사람으로서 이런 말 할 자격조차 없을지 모르지만 좀 느긋하게 놀면서 쉬면서 살면 안 될까? 국민소득이 3만 달러 될 때까지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3만 달러 되면 또 4만 달러 될 때까지라고 말할지 모른다.
무엇보다도 아쉬운 건 한글날이다. 한글날은 원래 공휴일이었다. 그런데 92년인가 노태우 정부 때 노는 날이 많다는 이유로 한글날을 놀지 않는 평일로 만들어 버렸다. 그 바람에 정말로 힘들었다. 농태우가 싫었다. 그런데 세기가 바뀌고 주5일제가 된 지금도 한글날은 평일이다. 한글날을 공휴일로 돌려달라고 그렇게 애원하였건만 한글날 공휴일이란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바람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글날이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과 함께 5대 국경일 중의 하나가 되었어도 여전히 공휴일이 아니다. 이건 같은 국경일로서 격조차 맞지 않는 일이다.
세종시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지금은 원안대로 정리가 되었지만 지방 선거 전까지만 해도 원안 고수와 수정 불가피가 정면으로 충돌했었고, 정말 팽팽했었다. 4대강에 대해서는 지금도 살리기다 죽이기다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천안함 사고에 대해서도 기다 아니다 말이 여전히 많다. 종합편성채널허가 및 선정을 둘러싸고도 여전히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 특혜다 아니다 이런저런 말이 많다. 하지만 한글날 공휴일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가부가 없고 내 편 네 편이 없다. 군소리도 없다. 의견 일치도 이런 일치가 없다. 그런데 왜 올해도 한글날은 공휴일이 아닌가?
이제 더 미루지 말고 한글날을 공휴일로 하자. 일본에도 없고 그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나라만의 고유하고 특별한 기념일 한글날을 공휴일로 하여 국민 모두가 함께 기리고 즐길 수 있는 축제의 날로 만들자. 그리고 그 축제의 마당을 세계에 뽐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