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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한국인 선거권(한일시평 230호)

봄뫼 2010. 11. 29. 10:42

오늘은 영산대학교의 최영호 교수가 발행하는 한일시평 230호(2010. 11. 29.)에 실린 재일한국인 선거권에 관한 글을 읽어 드리겠습니다.

 

20101129최영호한일시평.mp3

 

  아래는 기사 전문입니다.

 

 

 지난 11월 14일과 15일 양일간에 걸쳐 총 21개국 26개 한국 대사관 또는 영사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재외국민 모의투표가 실시되었다. 2012년 4월의 국회의원 선거부터 처음으로 적용되는 재외국민 투표에 대비한 모의 투표였다. 시차에 따라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총영사관을 필두로 하여 현지 시각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각각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약 230만 명에 달하는 재외국민 가운데 이번에 총 10,991명이 선거인 명부에 등록했고 그 가운데 4,203명이 금번 모의 투표에 참여했다고 중앙선관위가 밝혔다.


   모의 투표용지에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 이름이 기입되어 있지 않고 빈 기표 란에 도장을 찍도록 했다. 투표용지는 한국의 등록 거주지 관할 지방 선관위가 보낸 봉투 속에 들어있어 이것과 함께 여권 혹은 체류증명서를 지참하고 투표에 참여하게 했다. 투표용지는 주로 EMS로 우송되었는데 앙골라 등과 같은 특수지역에도 외교 행낭을 통해 송달되었다.


   일본의 경우는 도쿄의 대사관과 오사카의 총영사관에 각각 투표소가 마련되었다. 그런데 재일한국인 가운데는 난생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많아 다른 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11월 17일자 민단신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등록자 가운데 61%, 1,450명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재일한국인의 거주 지역이 집중되어 있는데다가 투표소가 교통이 편리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투표 행위 자체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이처럼 높은 참여율이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높은 투표율이 반드시 한국 국정에 대한 높은 관심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재외국민 투표가 해외한국인 사회에 본국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주일대사관에는 14일 아침 투표 개시 30분 전부터 민단 단원을 중심으로 하는 재일한국인 100여명이 투표권 행사를 위해 장사진을 이루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정진(鄭進) 민단 단장과 여옥선(余玉善) 부인회 회장이 역사적인 투표의 선두에 섰다. 민단 단장은 투표 후 한국 언론기자들의 인터뷰에 대해 “70살이 넘었는데 이제까지 한 번도 선거권을 부여받은 일이 없다. 조국의 선거에 처음 참가할 수 있게 되어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15일 오사카에서 투표를 마친 재일한국인 2세 고인봉(高仁鳳) 건국학원 이사는 아사히신문 기자의 인터뷰에 대해 “단지 한 표이지만 조국의 정치에 영향을 주게 된다. 정말 기쁘다. 선거는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재확인하는 좋은 기회”라고 대답했다. (朝日新聞. 11월 16일 조간)  

 

주일대사관 모의투표 광경 (민단신문)


모의선거 참가 기념품

(www.inbong.com/2010/1115senkyo)


 

   한편 재일한국인을 포함한 재일외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부여하는 문제는 일본의 정치권에서 전혀 진전되고 있지 않다. 작년 8월 중의원 선거에 임할 때 민주당은 선거공약에서 지방참정권 부여에 적극적인 의향을 보인 바 있다. 이에 따라 민단을 중심으로 지방참정권 획득 운동을 전개해 온 사람들은 민주당에 의한 정권교체 이후 큰 기대를 걸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무런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에 대해 그들은 실망하고 있다. 지난 1월 11일 당정 협의에서 관련 법안을 의원입법이 아니라 정부발의로 국회에 제출하기로 결정하고 당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수상 등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듯 했으나, 연립여당인 국민신당과 야당 자민당 그리고 민주당 내부의 등의 사면초가에서 빠졌다.


   무엇보다 민주당 정부는 일본사회 전반에 걸친 지방참정권 반대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듯하다. 참정권 부여 문제에 대해 새로운 정부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편협한 국가주의 세력과 보수우파 세력이 각종 채널을 통해 반대공세에 나서기 시작했고 야당 자민당은 작년 가을부터 지방의회를 부추겨 반대 의견서를 채택하도록 해오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집권 초기부터 외교와 내정에서 집권 민주당의 무능력을 질타하는 여론이 강화되면서 관련 법안 제출 움직임은 시들해졌다.


   지난 10월 4일 간 나오토(菅直人) 수상은 중의원에서 참정권 부여 문제는 위헌이 아니라 입법정책에 관련된 것이라고 하며 참정권 부여에 찬성하는 의견을 나타낸 바 있다. 또한 10월 29일 우에노 미치코(上野通子) 자민당 참의원 의원의 질문서에 대한 답변서에서도 일본정부는 영주외국인에게 선거권 부여 조치를 강구하는 것은 헌법상 금지된 것이 아니라는 1995년 최고재판소 판결을 존중한다고 하는 전향적인 견해를 나타낸 바 있다. 그렇지만 각료 사이에서 조차 관련 법안 발의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누구 하나 법안 발의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이 없다. 전향적인 말은 하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적극적인 행동은 보이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하여 정당 공약에 명시하고 1998년부터 관련 법안 상정을 주도해 온 공명당은 현재 소수 야당으로서 정책 입안에 별다른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기대하기도 어렵다. 지난 주 22일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일본 공명당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을 표경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재일한국인의 참정권 문제를 제기하고 “공명당은 전통적으로 친한(親韓)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데 나도 공명당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서 야마구치 대표는 외국인 참정권 부여 문제와 관련하여 “공명당의 공약인 만큼 계속 노력하겠다”고 하는 의례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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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시평] 지난 호 자료는 한일민족문제학회 홈페이지 www.kjnation.org<한일관계시평> 또는 최영호 홈페이지 www.freechal.com/choiygho<한일시평>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101129최영호한일시평.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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