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맛나는 한국식 골프 용어
오늘 12월 15일자 매경이코노미에 실린 '감칠맛나는 한국식 골프 용어'란 기사를 읽어 그리겠습니다.
골프만큼 영어 표현을 많이 쓰는 스포츠 종목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 방송 아나운서나 해설자들조차 한국식으로 표현하지 않고는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골프용어는? 답은 '뒤땅'이다. 뒤땅을 영어로는 '팻샷(fat shot)'이라고 한다. 공을 정확히 가격하지 못하고 뒤쪽 땅을 두껍게 쳤다는 의미다. 하지만 팻샷이라고 표현한다면 알아들을 주말골퍼는 많지 않을 것이다. '뒤땅'. 얼마나 적절하고 감칠맛 나는 표현인가. 공 한참 뒤쪽을 치는 상황을 '뒤땅'이라고 표현하는 것보다 확실하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물론 너무 '투박한' 표현이라고 반대할 이도 많을지 모르겠다.
골프 용어로 굳어진 것 중에 이미 보편화됐지만 가끔씩 쓰기가 껄끄러운 표현도 있다.
'머리 올리기'다. 스포츠 중 골프처럼 일정 기간, 그것도 아주 오랜 시간 연습과 준비를 한 후 실전에 나서야 하는 운동도 없다. 그래서 고생 끝에 첫 라운드를 한다고 해서 그날을 '머리 올리는 날'이라고 한다. 하지만 머리 올린다는 사전적 의미가 무엇인가. '어린 기생이 정식으로 기생이 돼 머리를 쪽 찌다' 또는 '여자가 시집을 가다'는 뜻이다.
언젠가 신문 기사에 '머리 올린다'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다음날 한 독자가 "도대체 그 뜻이 무슨 의미인지나 알면서 쓰느냐"며 항의 전화를 해 혼쭐이 난 적이 있다. 그 후 신문 기사에서는 단 한 번도 이 표현을 쓰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많은 골퍼들은 지금도 생애 첫 라운드를 '머리 올리는 날'이라며 기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