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시인 김시종
오늘은 한일시평 243호에 실린 최영호 교수의 글을 읽었습니다. 다카미 쥰 상을 수상하게 된 김시종 시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나라현 이코마시(生駒市)에 거주하는 재일동포 시인 김시종(金時鐘)의 시집 ‘잃어버린 계절’이 일본에서 매년 우수한 시인에게 수여하는 다카미 쥰(高見順) 상의 대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지난 1월 8일 다카미 쥰 문학진흥회 선정위원회는 제41회 2011년 수상자로 김시종 시인을 뽑았다고 발표했다. 부상으로 50만엔이 지급되며 오는 3월 11일에 시상식이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다. 시인이자 소설가로 널리 알려진 다카미 쥰 (본명 高間芳雄, 1907~1965)을 기념하여 제정된 이 문학상은 1971년부터 매년 1~2명씩 일본을 대표하는 시인에게 수여되는 권위 있는 상이다. 재일동포로서는 김시종 시인이 처음으로 이 상을 받게 되었다.
2010년 봄에 출간된 시집 ‘잃어버린 계절’은 여름으로부터 시작하여 가을, 겨울, 봄으로 이어지는 4계절에 따라 각각의 장(章)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8편씩의 반(反) 서정적인 시(詩)를 담고 있다. 작가에게 있어서 계절이 여름부터 시작되는 것은 1945년 8월 한반도의 식민지 해방으로 모든 것이 바뀌고 새롭게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시집 안의 모든 작품 밑바닥에는 작가의 계절 여름이 꿈실거리고 있다. 과연 해방이 무엇이었는가, 하는 물음이 시집 전반에 걸쳐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문화인류학자 이마후쿠 류타(今福龍太, 1955~)는 2010년 5월 3일자 요미우리 신문에 이 시집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4계절 그때그때의 미묘한 느낌이 이 시집의 소재이기는 하지만, 일본어 시문들이 전통적으로 양성해 온 서정을 담은 자연에 대한 찬미나 감정이입은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김시종 작가는 일본문학에서 자명하다고 할 서정적인 언어의 역사적 특성을, 자신의 모어가 될 수 없는 ‘일본어’로 내부로부터 도려내어 차별화 하려고 한다. 시집 전반에 걸쳐 이 시인 특유의 반(反) 직감적이고 굴절된 감정의 흔들림을 나타내는 함축성 깊은 동사들이 풍부하게 나온다. 한반도와 일본열도를 잇는 고통스러운 역사를 관통하는 특이한 사계절의 흐름이 시인의 어렴풋한 기억과 투명한 현재를 맺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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