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호두’를 기다리며
지난해 12월에 호두과자를 만드는 회사 앞으로 편지를 한 통 썼습니다.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 정재환입니다.
저는 귀사의 호두과자를 매우 좋아합니다. 하지만 ‘코코호도’라는 이름은 적절치 않습니다. 아시겠지만 호두나무의 열매는 호두입니다. 호두를 재료로 만든 빵도 당연히 그 이름은 호두과자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호두과자 생산 기업의 이름이 ‘코코호도’인 것은 국민들로 하여금 호도와 호두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케 하는 매우 불편한 요인이 됩니다. 코코호도가 아닌 ‘코코호두’라면 어떨까요?
우리 국민 모두가 좋아하는 호두과자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서 올바른 우리말 사용에서도 모범을 보인다면 국민 모두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요?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바랍니다.
그로부터 한 보름 후에 답장이 왔습니다. ‘호도’가 아니고 ‘호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ㅗㅗㅗㅗ’를 맞추면 어감이 좋고 부르기도 편해서 회사 이름을 ‘코코호도’로 지었다고 했습니다. ‘호도’는 ‘호두’지만 회사 이름은 고유명사이므로 ‘코코호도’란 이름을 써도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호도과자’는 ‘호두과자’로 바로 잡을 필요가 있으니, ‘호두과자전문점 코코호도 호두과자’로 하면 어떻겠느냐는 답변이었습니다.
편지가 정말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가게 간판이나 포장지에 ‘호두과자전문점 코코호도 호두과자’라고만 찍혀도 큰 변화, 엄청난 변화라고 느꼈습니다. 반갑고 기쁜 마음에 바로 답장을 보냈습니다.
1년 중 제일 바쁜 때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잊지 않고 답장 주신 데 대해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답장을 통해 이름을 왜 '코코호도'로 하셨는지 그리고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도 잘 알았습니다. ‘호두과자전문점 코코호도의 호두과자’라는 문안도 무척 좋습니다. 그렇게만 해주셔도 국어를 올바르게 사용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제 의견을 말씀드립니다. 저 역시 ‘ㅗㅗㅗㅗ’를 맞추시기 위해, 좋은 이름을 만드시기 위해 그러셨을 거라고 추측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ㅗㅗㅗㅜ’는 예쁜 이름이 아닐까, 정말로 좋은 이름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습니다.
물론 떼를 쓰려는 것은 아닙니다. 한 번 용기를 내셔서 '코코호두'로 바꾸시면 어떨까 하는 겁니다. 저간의 사정은 이랬는데 호두과자뿐만 아니라 우리말을 잘 쓰는 회사가 되기 위해 과감히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고 널리 알리는 겁니다. 그러면 소비자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호두과자전문점이 되지 않을까요?
어디까지나 귀사의 호두과자를 좋아하는 한 소비자의 의견입니다. 물론 한글을 사랑하는 한 사람이기에 이런 의견을 드리는 것은 분명합니다. 부디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다가오는 새해 더욱 큰 발전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지금 저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소한 호두과자 냄새와 함께 길거리를 산뜻하게 장식할 멋진 간판, ‘코코호두’를!
- 이 글은 한글새소식 462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