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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등짝의 너, 살아있는 거 다 알거든

봄뫼 2011. 5. 2. 13:33

오늘은 5월 1일자 오마이뉴스에 실린 글을 읽었습니다.

 

20110502평창노산성.mp3

 

 

봄은 소리 없이 남쪽에서 달려와 얼어붙은 땅을 녹이고 땅속에서 숨죽인 채 숨어 있던 꽃씨들을 흔들어 깨웠나 보나. 그제야 어제 뇌운계곡을 따라 걷다가 길 옆 도랑에서 발견했던 개구리들이 기억났다.

도랑을 따라 걷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생명이 깃든 물체가 내는 소란스러운 소리는 여인네의 수다처럼 귀에 감겨져 왔고,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하지만 내가 도랑에 가까이 가니 소리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잘못 들었을까? 한동안 숨을 죽인 채 서 있자니, 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도랑 안을 들여다보니 시커먼 등짝을 한 개구리 한 마리가 바쁘게 도망치고 있었다. 녀석은 내 기척을 눈치 채고 경계심이 발동한 것이다. 풀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녀석의 발끝에 내 시선이 머물렀다. 개구리는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도랑을 따라 걸어가면서 눈여겨보니 열댓 마리는 족히 넘는 개구리들이 거기에 있었다. 어떤 녀석은 내 시선이 머무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죽은 듯이 엎드려 움직이지 않았다. 너, 살아 있는 거 다 알거든. 내가 큰 소리로 말해도 녀석은 움직이지 않는다.

세상만물이 깨어나는 봄이라더니, 길에서 드디어 개구리를 만났구나, 싶었다. 나는 반가운데 녀석들은 나를 무조건 외면하고 싶어 하는 봄이었다.
http://media.daum.net/culture/leisure/view.html?cateid=1025&newsid=20110501212507082&p=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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