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새·은새 보셨나요?"…
아, 제주
돼지가 통통하게 살이 오르면 목에 칼이 들어오고 사람은 이름이 나면 구설에 휘말리게 마련이다. '인파출명, 저파장'이다. 사람은 이름나는 것이 두렵고 돼지는 살찌는 것이 두렵다지만 지금 제주는 살이 오르고 이름값도 높아지고 있다.
천혜의 관광인프라를 새록새록 살찌우고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되면서 세계에 '제주도'라는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선정절차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내막이야 어찌됐든 상관없다. 제주도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안을 주는 섬이니까.
제주는 사시사철 아름답지만 초겨울답지 않게 아직 따스한 바람이 안기는 이맘때의 정취가 좋다. 대자연이 빚어놓은 최고의 조각품들이 제멋과 맛, 색깔을 가장 선명하게 발산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오름(기생화산)이며 청록색 바다, 조석으로 색깔이 달라지는 억새, 깊숙이 숨겨진 양치식물 가득한 원시림까지. 초겨울의 풍경을 선명한 원색과 무채색의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으로 그려내는 곳이 제주다.
한라산 상고대는 서리꽃이 내려 하얀 옷으로 갈아입었다. 겨울의 문턱이지만 광활히 펼쳐진 들녘은 여전히 진녹색의 제 빛을 잃지 않고 있다. 설산과 초원, 무채색과 원색의 공존이다. 억새는 아쉬운 가을과 성급한 겨울, 한라산과 초원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계절을 줄다리기한다.
온 들판이 억새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제주는 온통 억새세상이다. 유치원생 키 정도의 억새들이 하얀 깃털을 날리며 너울너울 춤을 춘다.
이른 오전엔 은빛 무채색의 정취로 '은새', 햇살에 반사돼 황금물결을 이루는 해질녘엔 '금새'로 불리는 제주의 진객이다. 억새가 하얗게 피어 있는 들판을 가로지르는 억새길 드라이브는 제주 겨울 나들이의 하이라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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