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모음

의사소통 가로막는 사자성어

봄뫼 2012. 1. 17. 00:32

모세종인하대 교수

 

2011년의 사자성어로 '엄이도종(掩耳盜鐘)'을 선정했었던 대학교수들은 2012년 새해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뽑았다. '파사현정'이란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한국인이 뽑은 사자성어라는데 별로 아는 사람도 없는 듯하고, 별로 마음에 다가오지도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평상시에 전혀 사용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알기 쉬운 한국말로 표현해내면 좋을 법한데, 중국의 한자수업을 받는 것도 아니고 관심이 가지를 않는다.

무릇 모든 한국어 표현은 한국인들이 쉽게 이해하는 것이어야 한다. 익숙치 않은 한자어는 겨우 달아놓은 해설을 보고서야 알게 되고, 정작 알고나면 별뜻도 아닌데 하는 실망에, 그래서 일부러 한자성어로 표현했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우리가 한자어를 사용하는 것은 한국어가 된 일상어로써의 한자이지 해설을 보고나서야 알게 되는 중국어인 한자가 아닐 것이다.

중국의 고사성어나 사자성어는 의미가 함축적이고 교훈적이기도 하여 좋다. 하지만 이런 어구들은 한국인이 평상시 사용하는 어휘가 아니다. 굳이 사용해본들 유식하다 우러러볼 사람도 없으며 귀 기울일 사람도 없을 것 같다. 평상시 사용하여 알고 있는 한자어가 아니라면 그것은 중국어에 불과한 것으로 한국인이 특별히 알아야 할 단어가 아닌 것이다.

언어예술인 시도 고유어로 묘사돼야 맛이 난다. 한자어가 아닌 고유어로도 아름답고 함축적인 표현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시적 표현이 아니어도 한국어의 평범한 말로도 아름다움과 감동을 표현해낼 수 있다.
한국인이 사용하는 언어는 한국어이어야 한다. 많은 한자어가 한국어가 되었지만 더이상 한자어의 확대나 무분별한 사용은 적절치 않다. 한자어를 아는 것이 한국인의 지식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쉽게 의사소통이 되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한글창제의 기본정신일 것이다. 요즘은 외국어의 범람으로 익숙하지 않은 언어들이 우리들을 짜증나게 만든다. 많은 표현에 등장하는 외국어는 사람들을 무력하게 만들거나 회피하게 만든다. 지적 자랑을 늘어놓듯이 사용하는 한자표현도 그중 하나이다.
'이심전심' '작심삼일'처럼 많은 사자성어가 우리의 언어생활속에 살아 움직이지만, 이런 표현조차도 '마음으로 알 수 있다' '결심한 것이 삼일밖에 가지 않다' 등으로 바꾸어 표현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해도 그 뜻을 살릴 수 있으며 비유적 표현효과도 거둘 수 있다. 한자어로 표현하면 유식하고 정중하며 고유어로 표현하면 무식하고 경박한 것이 아니다. 한국어로 표현해야 한국어가 발전하는 것이다.
전통은 지키거나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한자어를 좋아하는 것은 개인적 취향으로 돌려야 한다. 한자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몰라도 전혀 불편함을 못느끼는 자들에게 일상어가 아닌 사자성어와 같은 말로 의사소통을 꾀하려는 것은, 잘 알지 못하는 영어 등을 일상어에 섞어쓰며 의사소통을 저해하는 행위와 같다. 한국말로 이야기하면 다아는 사항을 한자어로 표현하는 자들에게, 그럼 그것을 영어나 독일어 등으로 표현해보라면 어찌될까? 영어나 독일어 등에도 사자성어와 같은 함축적이고 교훈적인 표현이 분명 존재할 것이니 말이다.

한국어 사용에 있어 한자어의 역사와 전통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겠다. 한글은 세계최고의 언어라 칭송받고 있다. 그런 언어를 두고 불필요한 한자어나 외국어 등을 사용하는 일은 자제돼야 한다. 세계적 평가를 받고 있는 한글을 한국인들만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부끄럽기만 하다. 한글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면서 한글이 우수하다 하여 이를 타국에 보급하려는 노력은 무엇이란 말인가?

한중관계를 굳이 이야기하고 싶지않다. 한글이 한자어에 예속돼선 안된다. 한자는 기본적으로 중국인의 언어이다. 한글은 한국인의 언어생활에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혹 불편함이 있다면 이는 한글 속에서 노력해 극복해야 할 우리의 과제이다. 나는 외국에 들어갈 때 입국카드에 한자로 했던 서명을 한글 또는 로마자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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