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소년 같은 해맑은 미소를 지닌 사람
이용선 대표는 나보다 나이가 많다. 한두 살이 아니고 꽤나 많다. 그런데도 그는 항상 정중하다.
“정 선생님, 좀 어려운 부탁입니다만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이번에 행사를 하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방송 일이 바쁘시겠지만 아무쪼록 꼭 오셔서 사회를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꼭 좀 부탁드립니다.”
15년 전 처음 만났을 때나 요즘이나 그는 한결 같이 정중하다. 정중할 뿐만 아니라 아주 간곡하게 부탁하므로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그 덕에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전국 도보순례 행사에도 참여했었고. 옥수수죽 먹기 행사에도 참여했었다. 인천항에 나가서 달걀도 보내고 밀가루도 보냈다.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런 자리에서 사회를 보거나 그런 일들을 널리 알리는데 목소리를 보태는 정도였다. 하지만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 시절의 이 대표는 그 모든 일들을 하나에서 열까지 준비했고 이끌었고 열과 성을 다했고 책임을 다했다.
북한 동포 돕기 행사를 마친 어느 날 밤, 활동가들과 함께한 뒤풀이 자리에서 차가운 맥주 몇 잔으로 얼굴이 상기된 이용선 대표가 갑자기 동료들을 껴안기 시작했다. 돌연한 행동에 우선 놀랐지만 더욱 놀란 것은 단순히 껴안는 것이 아니고 얼굴을 마주 대고 뺨을 비비는 열정적인 피부교감(스킨십) 때문이었다. 그런 모습을 처음 보고 당황도 했지만, 12살 소년 같은 해맑은 미소를 머금은 이 대표의 얼굴을 보면서 ‘아, 저런 미소를 가진 분이라 통일 운동도 가능하고 과감한 피부교감도 가능한 거구나!’ 하며 감탄했었다.
그런 이 대표가 얼마 전 새 출발을 선언했다. 20년 가까이 시민을 위한 운동을 해오던 그가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면서 팔을 걷어붙였다. 이 대표가 말하는 행복한 시민 정치란 어떤 것일까?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면, 소통의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면, 시민을 웃게 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두 손 들어 대 환영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유감스럽게도 이 대표가 현빈이나 김수현 같은 꽃미남이 아니라는 점이다. 얼굴만 좀 생겼으면 인기 폭발일 텐데.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이건 좀 과욕이다. 꽃미남은 드라마나 쇼, 오락 프로그램에 이미 충분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