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가에게 쓴 편지
그 동안 이 작가님을 경험한 결과,
말이 잘 통하지 않으니 한두 가지 적습니다.
어제 방송을 보니 또 자막에 '본선 2회전 진출'이라고 나오더군요.
회전과 차전은 다를 게 없지만, 평소 1회전, 2회전, 3회전이라고 해서 회전을 쓰고 있으니 차전을 쓰는 게 좋습니다. 이 얘기를 봄에도 수십 번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본선 1차전 3번째 대결 1회전 입론"
이런 건 스튜디오-자막-성우 내레이션이 통일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시합이라는 단어를 거의 쓰지 않습니다. 어쩌다 튀어나올 때가 있지만......
그런데도 대본에는 항상 시합이란 말이 있더군요.
막심 고골리와 같은 식의 실수는 봄에도 숱하게 계속되었지요.
어쩌다 한 번은 병가의 상사라 하지만, 이건 아니지요.
어제 백종환 선생님 소개는 대본대로 읽었더니, 이름이 틀렸더군요.
이것도 똑같은 실수가 되풀이되는 거지요. 어떤 때는 그냥 공란으로 되어 있기도 하고.
또 하나 매주 똑같은 틀의 원고를 활용하다 보면 하나쯤 실수할 수도 있지만,
지난 주 논제가 그대로 적혀 있다거나, 지난 주 출연 학교 이름이 적혀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지요.
대본을 넘기기 전에 스스로 한 번 더 봐야 합니다.
그럼 이제 몇 가지만 더 부탁합니다.
우선 방송 대본다운 대본을 써주기 바랍니다.
어제 고골리, 이어령 등을 녹화 때 쓴 것은 '해달라'는 부탁 때문이 아니고,
활용하면 되겠다는 판단이 선 때문입니다.
이건 그대로 해도 되겠다, 혹은 이건 이렇게 살리면 되겠다 싶은 원고를 써주기 바랍니다.
도저히 방법이 없는 원고는 도저히 녹화 때 쓸 수 없습니다.
이 문제가 제일 큰 문제겠군요.
그리고 지난 번 전화 때 약속한 걸로 알고 있는데,
원고는 녹화 전 목요일에 보내주십시오.
논제는 더 일찍 알려주셔도 좋습니다.
녹화 전날에는 문자로 집합 시간을 알려 주십시오. 전화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목소리도 잘 안 들리니까.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 적었는데, 이 정도만 개선되어도 일하기 한결 편할 것 같습니다.
그럼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