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삶은 덤이다
지난 10월부터 대구케이비에스에서 시사라이브7을 진행해 왔다. 좀 오래 하고 싶었지만, 다음주면 프로그램이 없어진다. 시작할 때는 기쁘지만, 끝날 때는 늘 섭섭하다. 아쉬움도 많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게 가장 서운한 점일까? 여하간 내 삶의 또 한 마디를 새기고 넘어간다. 만날 때에 미리 헤어질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는 것처럼 시작할 때 늘 끝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면 조금은 덜 아프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어느 새 쉰여섯이다. 보통 직장에 있었으면 정년을 맞을 나이지만, 평생 방송에서 일하면서 비정규직으로 살아 온 탓에 정년이고 자시고 할 게 없다. 돌이켜 보면 행복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고달프기도 했다. 행복했던 것은 어딘가에 크게 구속되지 않았던 점일까? 나빴던 것은 역시 불안정한 고용에 조금은 시달렸다는 것일까? 그래도 난 힘들었다거나 고생했다고 말할 수 없다. 30대 이후로 크게 부족한 것 없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까지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고, 좋은 일도 많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대로 행복한 삶이었다.
얼마나 오래 살지 모르지만, 앞으로 남은 생은 덤이라 생각하고 살고 싶다. 그다지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저 변함없이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가르치고, 뭔가 쓰고 싶을 때는 열심히 쓰고, 불러주는 데가 있으면 특강도 열심히 다니고, 힘 닿는 데까지 남을 위해 봉사도 하면서 살자. 생각처럼 100퍼센트 다 되지는 않겠지만, 그저 이런 마음으로 살자.
다만, 한 가지 신기하게도 든 생각은 뭔가 내 손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것이다. 방송 일이나, 학교 강의나 특강이나 모두 남이 만들어 주는 일이다. 경험으로 배웠지만 내가 만든다고 만들어지는 것들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일을 한 적이 없다. 아니 시도한 적은 있었지만 실현된 적은 없었다. 물론 공부하기나 책을 쓰는 것 같은 일들은 내 힘으로 할 수 있다. 이것처럼 내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뭔가 새로운 것을 한번 해보자. 뭐가 될지 모르지만, 내게 좋고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한번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