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화성행궁 앞 뜰 카페

봄뫼 2018. 4. 7. 01:01

  지난 3월 30일 아이가 오랜 방황을 끝내고 작은 가게를 하나 시작했다. 수원 화성행궁 앞이다. 화성행궁열차 정거장에서 행궁길로 70m쯤 들어가면 작은 네거리가 나온다. 이미 다온, 91카페 같은 큰 카페가 자리하고 있지만, 테이크아웃 커피숍을 하기에 적당하다고 했다.

  자리를 추천해 준 것은 수원에서 뜰 카페 프랜차이즈를 하고 있는 후배다. 예전에 내가 잘 나갔을 때 같이 프로그램 사회를 봤던 짝꿍이었다.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다. 아이 아빠와 함께 욕심부리지 않고 건실하고 성실하게 사업을 하고 있다. 



  수원에는 뜰이 있다!


  이 문구는 수년 전에 내가 만들어준 것이다. 아마 어딘가 4호점(?)이 문을 열었을 때였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가맹점이 24개가 되었고, 우리 아이가 22호점 주인이 되었다.

  우리 아이는 나이는 좀 됐지만, 세상 물정을 잘 모른다. 용기를 준 것은 바로 후배 부부고, 지금도 본사 대표로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 인연이란 참으로 신기한 것이다.

  함께 일했던 그 많은 사람들 대부분이 연락조차 끊겼는데, 얼굴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만나서 차 마시며 사는 얘기 주고받으며 살았더니, 그 인연이 아이에게까지 이어졌다.

   후배는 내가 예전에 자기한테 무척 고맙게 대해 주었다고 하는데, 오히려 나는 그렇게 얘기해 주는 후배가 고맙다.


뜰 22 행궁점



가게 안에 머리 묶은 청년이 점주? 



가게는 작아도 테이크아웃점으로는 손색이 없다.



아이스아메리카노가 2,000원으로 주위에 있는 카페보다는 싸다.


처음 여기서 할 생각을 했을 때, 이미 자리잡은 집들은 넓고 테이블도 여유가 있어, 느긋하게 앉아서 다리도 쉬고 싶어하는 손님들에게 좋다고 생각하면서 맛있는 커피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곳은 뜰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바람이었다.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에 각각 200잔 정도가 나갔는데, 테이크아웃 손님이 대부분 아이 가게로 몰려 기존 카페에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옆집들에 좀 미안하네'라고 했더니, 후배 왈, "어쩔 수 없어요, 다들 경쟁이니까. 앞으로도 또 생길지도 몰라요."

그래도 좀 미안했다.



가게가 좀 좁지만, 간신히 의자 몇 개를 놓을 수 있었다.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에 잠깐은 다리를 좀 쉴 수 있겠다.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고 가게 문을 연 지난주 금요일까지 뒷정리를 할 게 의외로 많아서 일주일 동안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했다. 대수로운 일은 아니지만, 아이가 일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앵글 사다가 창고에 선반도 짜고, 물품 정리도 하고,필요한 물건들도 시장을 오락가락하며 사다 놓았다.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지난 주말에만 가게에서 1km쯤 되는 지동시장을 열 번 이상 왕복했다. 



일요일 아침이었나? 아이와 함께 가게 문을 열고 커피를 한 잔 사 마셨다. 점주 가족도 사서 마셔야 한다는 것이 본사 방침이다. 너무 엄격하지만 따를 수밖에 없다. 다시 한 번 후배 부부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경험이 부족한 아이를 최선을 다해 돕고 있는 본사 매니저님께도 특별히 고마움을 전한다.

가게 옆 친절한 행궁맛집, 열두알우동집, 한우물주차장 그리고 급할 때 나무 썰 톱을 빌려주신 자전거포 사장님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지금 아이는 자신의 가게를 갖게 됐다는 생각에 다소 들떠 보이기도 하고, 걱정도 많아 보인다.

나는 아이가 이걸로 대박나기를 바라지 않는다.

살아보니 돈이란 욕심을 부린다고 해서, 갖고 싶다고 해서 생기지 않는다.

진인사대천명이다. 사람은 그저 열심히 하고, 결과는 하늘에 달려있는 것이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삶의 목적은 아니다.

그저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마지막 손님]이란 일본 동화(?)는 손님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것이 진정한 상인의 도리라고 말한다.

아이가 그런 마음으로 가게를 꾸려나가기 바란다.


아이를 위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