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요? 이예요?
말을 할 때는 발음을 살짝 흐리면서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데, 글을 쓸 때는 그럴 수 없어 고민스러운 것이 ‘이에요’와 ‘이예요’입니다.
나는 사람이에요.
나는 사람이예요.
고맙게도 자동으로 빨간 줄이 그어집니다. ‘사람이에요’가 맞고 ‘사람이예요’는 틀렸습니다. 문명의 이기 덕입니다만 늘 빨간 줄에 의존할 수 없으니 왜 그런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글로 쓰려고 하면 체언 뒤에 ‘이에요’, ‘이예요’, ‘이어요’, ‘이여요’, ‘예요’, ‘여요’ 중에서 어느 것을 골라 써야 할지 헷갈린다. 이 중에서 ‘이에요’와 ‘이어요’가 복수 표준어이고, 이들을 각각 줄인 형태가 ‘예요’, ‘여요’라는 것을 알면 사정은 조금 나아진다. ‘이예요/이여요’는 쓸 수 없는데, ‘이+이에요/이+이어요’ 꼴로 ‘이’가 덧붙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람이예요/바람이여요’는 틀린 표현이다.
- 한국일보 우리말 톺아보기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2004021194099395
덧셈 뺄셈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다소 헷갈리기도 합니다만, 말을 마칠 때 쓰는 종결어미로서 ‘이에요’와 ‘이어요’가 복수표준어라는 것이고, 그것을 줄인 형태가 ‘예요’와 ‘여요’라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에요’와 ‘예요’를 구분해서 씀으로써 앞의 것의 정체가 저절로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종(鐘)과 종이(紙)가 있을 때, 종을 가리켜 ‘종이에요’라고 쓰고, 종이를 가리켜 ‘종이예요’라고 써야 종과 종이가 잘 구별된다. 이 둘을 분석해보면, ‘종이에요’는 ‘종+이에요’로 구성되고 ‘종이예요’는 ‘종이+예요’로 구성된다. 또 다른 표준어인 ‘이어요’를 쓰고자 한다면 종은 ‘종이어요’(종+이어요), 종이는 ‘종이여요’(종이+여요)라고 써야 한다. 정리하자면, 받침이 있는 체언 뒤에는 ‘이에요/이어요’가 붙고, 받침이 없으면 ‘예요/여요’가 붙는다.
‘종이에요’라고 어미 ‘이에요’를 쓰면 ‘절이나 교회에서 치는 종’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종이예요’라고 쓰면 ‘글을 적을 때 쓰는 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언제 ‘이에요’를 쓰고 언제 ‘예요’를 쓸지는 앞말에 받침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받침이 있으면 ‘종이에요’ 없으면 ‘종이예요’가 됩니다. ‘이어요’와 ‘여요’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희는 사람이어요.
영희는 소녀여요.
‘사람’은 받침 ㅁ이 있기 때문에 뒤에 ‘이어요’가 왔습니다만, ‘소녀’는 받침이 없기 때문에 ‘이어요’가 준 ‘여요’가 왔습니다.
푸른 하늘을 무심히 지나는 것은 구름이어요.
깊은 숲을 소리 없이 지나는 것은 바람이어요.
말도 없이 떠나가는 것은 당신이어요.
홀로 남은 것은 나여요.
그림자여요.
2020년 4월 11일 유튜브 영상에 이 내용을 소개했더니, 구독자 한 분이 ‘헷갈릴 때는 그냥 ’-입니다‘를 써야겠습니다.’라는 댓글을 남기셨어요. 좋은 생각입니다만, ‘-입니다’만 반복하면 글이 딱딱해지고 재미가 없을 겁니다. 그래서 저도 ‘그랬습니다’도 쓰고 ‘그랬어요’도 쓰는 것이지요.
2020년 4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