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서’와 ‘-로써’를 구분함으( ? )
'-로서'와 '-로써'는 그리 어려운 맞춤법은 아닙니다만, 의외로 혼동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혼동한다기보다는 글을 쓸 때, 맞춤법에 그다지 신경을 안 쓰기 때문에 난도가 높지 않음에도 잘못 사용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네이버에서 '-로서'와 '-로써'에 대한 설명을 찾다가 ‘스쿨잼’이란 멋진 누리집을 발견했습니다. "놀다보면 쑥쑥 자라는 창의력 놀이터 초등학생들을 위한 네이버 홈 스쿨잼판“인데요, 초등생들에게 유익한 학습 자료가 풍성합니다. 이중 '자주 틀리는 맞춤법 교실'에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한글 상식, 로서와 로써’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다음은 쨈이와 영이의 대화입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올해로서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거든.
임시정부? 그게 독립운동과 무슨 상관인데?
어휴!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임시정부를 모르다니...
https://blog.naver.com/naverschool/221710002608
둘의 대화에 '올해로서'와 '국민으로써'가 나오는데, 맞았을까요? 틀렸을까요? 네, 설명을 위해 일부러 그렇게 쓴 것이겠지만 여하간 둘 다 틀렸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로서'는 지위나 신분, 또는 자격을 나타낼 때 사용해요.
(예) 학생으로서 공부를 게을리 하면 안 된다. / 신랑감으로서 그만한 사람은 없다.
'-로써'는 물건의 재료나 원료 또는 일의 수단이나 도구를 나타낼 때 사용해요.
(예) 대화로써 갈등을 풀어나가야 한다. / '말로써 천 냥 빚을 갚는다.
그리고 어떤 일의 기준이 되는 시간을 나타낼 때도 조사 '-로써'를 사용해요.
(예)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올해로써 3년째다. / 오늘로써 다이어트는 끝이다.
다 이어트에 성공을 해서 끝내는 것이라면 축하할 일이지만, 만약 포기를 하는 것이라면 어찌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까요? ‘난 약간 통통한 사람이 좋더라.’ ‘살집이 있어야 사람이 편안해 보여.’ ‘그 정도는 ‘배둘레햄’도 아니야.‘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이 좋대.‘ 이런 말로 점점 화를 돋우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습니다. 그래도 위 설명으로 '-로서'와 '-로써'는 충분히 구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간을 나타내는 '올해로써', 자격이나 신분을 나타내는 '국민으로서'라고 써야 맞습니다.
알고 보면 이렇게 간단한데도 '로서'와 '로써'가 헷갈리는 맞춤법 순위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로서’와 ‘로써’가 어려운 게 아니라 사람이 이상한 것 같습니다. '뭐, 간단하네!' 하면서 우습게 보고는 며칠만 지나도 ‘뭐였지?’ 하는 정말 우스운 사람들이 주위에 수두룩합니다. 그래서 한 가지 요령을 알려드릴까 합니다.
그는 댄서( )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춤을 추었다.
이 문장에서 댄서 다음 괄호 안에 들어갈 조사가 헷갈린다면 '그는 댄서다'라는 문장을 만들어 보십시오.
그는 댄서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춤췄다. (그=댄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말이 되면 '로서'를 쓰면 됩니다. 다음 ‘그는 바쁜 척함으( ) 부탁을 거절했다.’라는 문장은 어떨까요? 앞서와 같이 '그는 바쁜 척함이다.'라는 문장을 만들 수는 있지만, 부자연스럽고 말이 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문장에서는 ‘그=바쁜 척함’이 성립할 수 없기 때문에 '바쁜 척함으로써'라고 해야 합니다.
그는 바쁜 척함으로써 부탁을 거절했다.
두 번째 요령은 평소 올바른 발음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로서'는 글자 그대로 '로서'라고 발음합니다. '로써' 역시 '로써'라고 발음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상하게 된소리를 좋아해서 불필요한 된소리를 많이 냅니다. 영어를 할 때는 ‘BUS=버스'라고 부드럽게 발음하지만, 일상에서는 '뻐스 탔니? 뻐스 기다리니?'라고 아주 세게 발음하는 묘한 습관이 있습니다만, 조금만 신경 쓰면 글자 그대로 '버스'라고 부드럽게 발음할 수 있습니다. 입술에 힘 빼고 한번 해 보십시오. 가능하지요?
‘로서’와 ‘로써’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사로서'는 부드럽게, '본분을 지킴으로써'는 되게 발음하면 됩니다. 좋은 언어 습관이 혼란을 줄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 요령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겁니다. 외국어 공부는 밤을 새우다시피 하면서 우리말글에는 왜 그리 무심한 걸까요? 외국어 공부하는 것의 1/10만 신경 써도 우리말글을 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거나 헷갈리지 않을 것입니다.
책을 읽을 때나 글을 쓸 때나, 언제 어디서나 우리말에 신경을 씀으로써 ‘로서’와 ‘로써’의 구분 정도는 한글 상식으로서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2020년 5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