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어쓰기 의존 명사
사람들이 ‘자립’이나 ‘독립’이란 말을 좋아하는 이유는 주체적으로 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의존한다는 것은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우리가 쓰는 말에도 의미가 형식적이어서 다른 말에 기대 활동하는 ‘의존 명사’가 있습니다만, 단어로 인정합니다.
제42항 의존 명사는 띄어 쓴다.
의존 명사는 그 앞에 반드시 꾸며 주는 말이 있어야 쓸 수 있는 의존적인 말이지만, 자립 명사와 같은 명사 기능을 하므로 단어로 취급된다. 따라서 앞말과 띄어 쓴다.
먹을 음식이 없다. / 먹을 것이 없다.
좋은 사람이 많다. / 좋은 이가 많다.
예문의 ‘것’과 ‘이’가 바로 의존 명사입니다. ‘것’ 앞에 ‘먹을’이라는 단어가 없으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 말은 의존 명사가 꾸미는 말 뒤에 온다는 뜻이고, 반드시 띄어 써야 합니다.
그런데 의존 명사 중에는 조사나 어미의 일부, 접미사 등과 형태가 같아 띄어쓰기를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 있습니다.
① ‘들’이 ‘남자들, 학생들’처럼 복수를 나타내는 경우에는 접미사이므로 앞말에 붙여 쓰지만, ‘쌀, 보리, 콩, 조, 기장 들을 오곡(五穀)이라 한다’와 같이, 두 개 이상의 사물을 열거하는 구조에서 ‘그런 따위’라는 뜻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의존 명사이므로 앞말과 띄어 쓴다. 이때의 ‘들’은 의존 명사 ‘등(等)’으로 바꾸어 쓸 수 있다.
앞에 나온 ‘들’은 복수를 나타내는 접미사여서 앞말에 붙여 씁니다만, 뒤에 나온 ‘들’은 두 개 이상의 사물을 열거할 때 쓰는 의존 명사여서 앞말과 띄어 써야 합니다.
코로나블루, 세계적 대유행, 통째격리, 확찐자 들은 모두 코로나19 관련 용어다.
‘들’은 ‘등’과 같은 의미여서 ‘코로나블루, 세계적 대유행, 통째격리, 확찐자 등’이라고 써도 됩니다. ‘등’도 띄어 쓴다! 간단히 기억할 수 있습니다만, 의외로 ‘등’을 앞말에 붙여 쓴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랜선 아이돌 콘서트' 연다…오마이걸등 총출동
‘5·18 시민 훈방' OOO 총경등 21명 징계취소
이렇게 ‘등’을 앞에 붙여 쓰면 신체의 일부로서 오마이걸의 등, 총경의 등 들을 가리키는 말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여하간 ‘전등’, ‘형광등, ’가로등‘, ‘새우등’, ‘곱사등’ 같은 낱말의 ‘등’이 아닌 이상 ‘등’은 모두 띄어 쓰면 됩니다.
② ‘뿐’이 ‘남자뿐이다, 셋뿐이다’처럼 체언 뒤에 붙어서 한정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조사로 다루어 붙여 쓰지만 ‘웃을 뿐이다, 만졌을 뿐이다’와 같이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 나타날 경우에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형태가 같은 ‘뿐’도 조사가 있고, 의존 명사가 있어서 ‘슬플 뿐이다’, ‘미울 뿐이다’, ‘잘생겼을 뿐이다’처럼 관형사형 뒤에 오는 경우는 의존 명사여서 띄어 씁니다. 다음은 ‘대로’입니다.
③ ‘대로’가 ‘법대로, 약속대로’처럼 체언 뒤에 붙어 ‘그와 같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조사이므로 붙여 쓰지만 ‘아는 대로 말한다, 약속한 대로 하세요’와 같이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 나타날 경우에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의존 명사 ‘대로’ 역시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 오기 때문에 띄어 씁니다. 조사 ‘대로’는 당연히 앞말에 붙여 쓰는데요, 앞말이 위처럼 ‘법, 규칙, 약속, 꿈, 소식, 결과, 말씀’과 같은 명사면 주저 없이 붙여 쓰면 됩니다. 이어지는 보기 ④ ~ ⑧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사, 어미, 접미사, 합성어 |
의존 명사 |
중학생이 고등학생만큼 잘 안다(조) |
볼 만큼 보았다 |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조) |
세 번 만에 시험에 합격했다 |
집이 큰지 작은지 모르겠다(어) |
그가 떠난 지 보름이 지났다 |
구름에 달이 흘러가듯(어) |
그가 먹은 듯 |
인사차 들렀다(접) |
고향에 갔던 차에 선을 보았다 |
노름판, 씨름판, 웃음판(합) |
바둑 두 판, 장기를 세 판이나 두었다 |
표 왼쪽에서 ‘만큼, 만’은 조사이고, ‘지, 듯’은 어미, ‘차’는 접미사, ‘판’은 합성어를 이루는 단어여서 붙여 씁니다. 합성어는 ‘둘 또는 그 이상의 단어가 만나 한 단어가 된 것’으로 ‘삽질, 연습장, 일기장, 돌대가리, 수력발전소’ 같은 말들입니다.
표 오른쪽은 모두 의존 명사로 띄어 쓰는데요, 앞에 ‘볼, 먹은, 떠난, 갔던’ 같은 용언의 관형사형이 온다는 것을 기억하시면 됩니다. 다음 문장들을 비교하면 조사와 의존 명사를 구분하는 요령이 보입니다.
약속대로 오늘 만나자.
약속한 대로 오늘 만나자.
답례차 방문했다.
공연차 전국을 순회했다.
산업 시찰차 지방에 갔다.
노래를 부르던 차였다.
춤을 추려고 하던 차였다.
그런데 ‘세 번 만’의 ‘만’은 시간의 경과나 횟수를 나타내는 말 뒤에 오는 의존 명사이고, ‘바둑 두 판’의 ‘판’은 수 관형사 뒤에서 승부를 겨루는 일을 세는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 명사라는 것을 따로 기억해야 합니다.
‘지’는 띄어쓰기를 틀리는 빈번한 사례 중 하나인데요, 선택이나 나열, 과거를 뜻하는 어미 ‘지’는 붙이고, 시간의 경과나 횟수를 나타내는 의존 명사 ‘지’는 띄어 써야 합니다.
먹든지 말든지 / 얼마나 아팠던지
일어난 지 1시간 되었다. / 입사한 지 3년 만에 상무가 되었다.
2020년 5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