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용어의 띄어쓰기 1
고유 명사에는 사람 이름만 있는 것이 아니지요. 반려견이나 반려묘도 ‘메리, 쫌, 누리, 도돌이’ 등과 같은 이름을 갖고 있고, 기관이나 단체도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제49항
성명 이외의 고유 명사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단위별로 띄어 쓸 수 있다.
(ㄱ을 원칙으로 하고, ㄴ을 허용함.)
ㄱ |
ㄴ |
대한 중학교 |
대한중학교 |
한국 대학교 사범 대학 |
한국대학교 사범대학 |
성명 이외 고유 명사는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단위별로 띄어 쓸 수 있습니다. ‘단위별’이라는 게 좀 헷갈릴 수 있는데요, ‘대한중학교, 한국대학교, 사범대학’을 하나의 단위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단위’란 고유 명사를 이루고 있는 구성 요소의 구조적인 묶음을 뜻한다.
단위별로 띄어 쓰는 것이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것보다 직관적으로 자연스러운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단위는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구성 요소의 묶음이라고 할 수 있다.
단어별로 띄어 쓴 ‘한국 대학교 의과 대학 부속 병원’보다는 ‘한국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을 각각의 단위로 파악하여 띄어 쓴 ‘한국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을 더 자연스럽게 여기는 것이 그러한 예이다.
단위의 설정은 직관상 자연스러운 띄어쓰기를 보여 주기 위함이라고 하는데요, 의미 해석상 어긋나는 띄어쓰기는 허용하지 않습니다.
(원칙) 국립 국어원 기획 연수부 기획 운영과
(허용) 국립국어원 기획연수부 기획운영과
(불가) 국립 국어원기획 연수부기획 운영과 등
(원칙) 한국 방송 공사 경영 기획 본부 경영 평가실 경영 평가 분석부
(허용) 한국방송공사 경영기획본부 경영평가실 경영평가분석부
(불가) 한국방송공사경영 기획본부 경영평가실경영평가분석부
보시다시피 의미상 묶이는 ‘국립국어원’은 가능하지만, ‘국립’을 띄고 ‘국어원기획’을 붙여 쓸 수 없다는 겁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국어원기획, 연수부기획’ 등도 자연스럽게 묶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전체 이름을 보면 ‘국립국어원 기획연수부 기획운영과’가 자연스럽긴 합니다.
‘용언의 관형사형+명사’ 혹은 ‘명사+조사+명사’ 형식으로 된 고유 명사도 붙여 쓸 수 있다.
즐거운 노래방 / 즐거운노래방
부부의 날 / 부부의날
만일 ‘즐거운노래방’과 ‘부부의날’이 고유 명사가 아니라면 띄어쓰기를 잘못한 게 됩니다만, ‘고유명사이므로 가능함!’이라고 기억하면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유튜브 영상 ‘정재환의 한글 상식’도 ‘정재환의 한글상식’과 ‘정재환의한글상식’이 모두 가능하군요!
‘부설(附設), 부속(附屬), 직속(直屬), 산하(傘下)’ 따위는 고유 명사에 속하는 것이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앞뒤의 말과 띄어 쓴다.
(원칙) 한국 해양 과학 기술원 부설 극지 연구소
(허용)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
위 설명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만, ‘한글문화연대부설한국어학교’를 갖고 다시 한 번 띄어쓰기를 해보겠습니다.
한글문화연대부설한국어학교(X)
한글문화연대부설 한국어학교(X)
한글문화연대 부설한국어학교(X)
한글문화연대 부설 한국어학교(O)
그러니까 ‘부설, 산하, 직속, 부속’ 등과 같은 말이 고유 명사 안에 들어갈 경우, 앞뒤를 모두 띄어 서야 합니다.
다만, ‘부속 학교, 부속 초등학교, 부속 중학교, 부속 고등학교, 부속 병원’과 같이 교육 기관 등에 딸린 학교나 병원은 하나의 단위로 다루어 붙여 쓸 수 있다.
(원칙) 한국 대학교 의과 대학 부속 병원
(허용) 한국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
그렇다면 ‘한글문화연대 부설한국어학교’도 가능합니다. 역시 ‘다만’이 이어지니까 피로도 올라가기 시작합니다만, 원칙에 따라 ‘부속 병원’이라고 써도 되고, 하나의 단위로 보고 ‘부속병원’이라고 쓸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만일 하나의 단위로 묶는 게 어려우면 원친대로 ‘부속 병원’이라고 쓰면 될 것 같습니다.
한편 고유 명사 가운데는 둘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졌어도 띄어 쓸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산 이름, 강 이름, 산맥 이름, 평야 이름, 고원 이름 등은 굳어진 지명이므로 띄어 쓰지 않는다. 이들은 합성어로서 하나의 단어로 굳어진 것이다.
북한산, 에베레스트산
영산강, 미시시피강
소백산맥, 알프스산맥
나주평야, 화베이평야
개마고원, 티베트고원
우리말 산 이름이나 강 이름은 전혀 헷갈릴 이유가 없습니다. 백두산, 한라산, 한강, 낙동강 등이 이미 우리 눈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외국의 산, 강 이름을 쓸 때도 미국에 있는 산이든 중국에 있는 강이든 주저하지 말고 섬진강, 태백산처럼 붙여 쓰면 됩니다.
후지산, 아마존강, 고비사막, 바이칼호, 수에즈운하...
2020년 5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