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언제나 며칠!

  우리말의 대한 관심과 지식을 엿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방송공사의 우리말 겨루기인데요, 출연자들에게는 아주 어렵고 까다로운 문제를 냅니다만, 시청자 문제는 비교적 쉽습니다. 왜냐? 시청자를 우습게 보는 게 아니고, 많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지요.

  2019년 9월 9일 방송에서는 '며칠'과 몇일' 중 바른말을 찾는 문제가 출제되었는데요, 정답은 '며칠'입니다. 응모한 모든 분들이 정답자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한편으로는 오답자도 없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다음과 같이 신문 기사 제목에도 '몇일'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현충일이 일요일" 내년 공휴일은 몇일일까?

프라임경제 2020.06.15.

 

김제시 C 국장 “나 몇일 안 남았으니까 가만히 좀”... 김제시의회 연일 구겨...

위키트리 2020.06.19.

 

[MD포토] 이병규-조인성 코치 '개막이 몇일 안 남았네'

마이데일리 2020.05.01.

 

  기자들과 제목을 뽑는 편집부의 실력이 이 정도라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일 a few days를 a fuw days라고 쓰거나 many days를 meny days라고 쓰면 아마 난리가 날 겁니다. 이건 그냥 철자를 기억하면 되는 문제인데, 의외로 '몇일'이라고 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굳이 헷갈리는 이유는 찾자면, 1988년 이전에는 ‘몇일’이라고 하다가 1988년 맞춤법을 개정할 때, ‘몇일’은 쓰지 않고 ‘며칠’만 쓰기로 정한 때문이겠지요.

 

제 4 절 합성어 및 접두사가 붙은 말

[붙임 2] 어원이 분명하지 아니한 것은 원형을 밝히어 적지 아니한다.

골병 골탕 끌탕 며칠 아재비 오라비

업신여기다 부리나케

 

  1988년이니까 무려 32년 전에 바꾼 겁니다. 나이가 아주 많은 분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고 습관 때문에 ‘몇일’이라고 하는 경우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위 기사를 쓴 신문기자나 인터넷상에 ‘몇일’이라고 쓰는 분들이 모두 연로하신 분들은 아닐 것 같습니다.

 

며칠

「명사」

「1」 그달의 몇째 되는 날.

예) 오늘이 며칠이지?

「본말」 며칟날

「2」 몇 날. ≒기일.

예) 그는 며칠 동안 도대체 아무 말이 없었다. / 이 일은 며칠이나 걸리겠니? / 지난 며칠 동안 계속 내리는 장맛비로 개천 물은 한층 불어 있었다.≪최인호, 지구인≫

- 표준국어대사전

 

  ‘며칠’이 맞나, ‘몇일’이 맞나? 이제라도 따져볼 필요는 있습니다만, 앞으로는 고민하지 마시고 언제나 ‘며칠’이라고 쓰시기 바랍니다.

 

정재환의 한글상식을 며칠 만에 보는 거지?

 

2020년 6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