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일까, 홑몸일까?
홑몸과 홀몸은 둘 다 표준어입니다. 의미도 같습니다. 홀몸은 배우자나 형제가 없는 사람을 뜻합니다. 과부나 홀아비처럼 배우자 없이 혼자 살거나, 형제자매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홑몸은 ‘딸린 사람이 없는 혼자인 사람’을 뜻합니다. 따라서 홀몸과 홑몸은 의미가 같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홑몸의 두 번째 뜻이 ‘아이를 배지 않은 몸’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운영위원께서 재밌는 글을 썼는데, 같이 읽어 보지요.
배가 불러 있는 며느리가 주방에 들어가려 하자, 시어머니가 만류하며 인자하게 타이른다. “홀몸도 아닌데 몸조심해라.” 이 말은 무슨 뜻일까? 만일 ‘임신 중이니 몸조심하라’는 뜻이라면, 낱말 선택이 잘못 되었다. ‘홀몸’은 ‘혼잣몸’ 곧 독신을 말한다. 말하자면, 배우자가 없는 사람을 홀몸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홀몸도 아닌데 몸조심하라’는 말은 ‘배우자가 있으니 몸조심하라’는, 전혀 엉뚱한 뜻이 되어 버린다.
- 한글문화연대 [아, 그 말이 그렇구나-350] 성기지 운영위원
그러니까 이 경우에는 홀몸이 아니라 홑몸을 써야 한다는 겁니다. 홀몸이나 홑몸이나 혼자 사는 사람을 뜻하기 때문에 둘 중 어느 것을 써도 될 것 같지만, 임신부냐 아니냐를 구분할 때는 ‘홀몸이 아니다’가 아니고 ‘홑몸이 아니다’라고 해야 합니다.
지하철에 임산부석이 있습니다. 임신부와 임산부를 위한 자리입니다. 그런데 이때 산부를 넓게 해석해서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으로 이해하면, 출산한 지 5년이나 10년이 지난 여성도 해당됩니다만, 산부는 ‘갓 아기를 낳은 여성’을 뜻합니다. 임산부석에 앉아 있을 때, 임신부는 배가 불러 있으므로 외형만으로도 앉을 자격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만, 산부는 표가 나지 않으므로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산부처럼 보이지 않더라도 일일이 묻고 따질 수 없습니다. 그냥 믿어야지요.
다음은 홀소리와 닿소리에 대한 설명입니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우리말로 닿소리, 홀소리라고 하는데, 모음을 ‘홀소리’라고 하는 것은 자기 혼잣몸으로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홀소리는 홀로 소리가 나는, 홀로 소리를 낼 수 있는 소리를 뜻하고, ‘닿소리’는 혼자서는 소리가 나지 않는, 소리를 낼 수 없는 소리입니다. 따라서 닿소리는 홀소리와 ‘닿아야만’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한자어로 닿소리는 자음, 홀소리는 모음입니다.
그러고 보면 닿소리는 태생적으로 홀로 설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것 같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섭섭해 하거나 억울해 할 이유는 없습니다. 닿소리 옆에는 언제나 함께 짝이 되어 소리를 내 줄 홀소리가 있으니까요.
ㄱ: 아, 어떡하지? 나는 홀로 소리를 내지 못하는 걸까?
ㅏ: 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내가 네 옆에 착 붙으면 ‘가’라고 소리 낼 수 있잖아.
ㄱ: 가!
ㅏ: 가라고? 나 보고 가라고? 넌 정말 나쁜 애다!
ㄱ: ???????
2020년 9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