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빈의 의미
오랫동안 방송에서 사회자로 일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연이나 행사 사회도 많이 봤고, 젊었을 때는 결혼식 사회도 자주 봤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사회자들이 행사를 시작할 때, 빠뜨리지 않고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자리를 빛내 주신 내외빈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내외빈'은 어떤 의미일까요? 대개는 외부에서 오신 손님을 외빈, 행사 주최 측 참석자들을 '내빈'으로 생각하실 겁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내빈’(內賓)은 ‘여자 손님을 이르는 말’이라고 올라 있다. ‘내부의 손님’을 의미하는 ‘內賓’은 사전에 등재돼 있지 않다. 어차피 ‘손님’은 ‘다른 곳에서 찾아온 사람’을 뜻하므로 ‘내부의 손님’은 어폐가 있는 말이다. ‘모임에 공식적으로 초대를 받고 온 사람’을 이르는 말은 ‘내빈’(來賓)이다. 외빈(外賓)이 ‘외부나 외국에서 온 귀한 손님’을 뜻하는 말이므로 내빈과 외빈은 사실상 동일한 의미다. 따라서 “바쁘신 중에도 자리를 빛내 주신 ‘내빈’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라고 하면 족하다.
- [똑똑 우리말] 내외빈(內外賓)/오명숙 어문부장
http://m.seoul.co.kr/news/newsView.php?cp=seoul&id=20201217029010
앞으로는 ‘내외빈’이라는 말은 쓰지 않고 '내빈'만 써야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다들 아셔야 하는데, 혹시 모르는 분이 있어서 '나는 외부에서 왔는데, 왜 나한테는 와 줘서 고맙다는 말을 안 하는 거지?'하며 역정을 내면 어쩌죠?
2020년 12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