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갚음과 앙갚음은 같은 말일까?
앙갚음이라는 말은 익숙하실 겁니다. 일상에서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는 표현입니다.
개자식, 남의 여자를 가로채? 언젠가는 반드시 앙갚음하고 말 테다.
앙갚음은 '남이 저에게 해를 준 대로 저도 그에게 해를 준다'는 뜻으로 씁니다. 그러니까 보복이나 복수 같은 말들이 비슷한말입니다.
반면에 안갚음은 앙갚음과는 반대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일.', '자식이 커서 부모를 봉양하는 일.' 등의 뜻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안갚음'은 부모님의 은혜를 입은 자식으로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입니다.
안갚음은 한자어로는 '반포지효(反哺之孝)'라고 하는데, 2020년 12월 21일자 최태호 교수가 쓴 글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유 씨(할머니)는 목숨이 서산에 걸린 해와 같아서 숨결이 가물가물하고, 인명이 위태로워 아침에 저녁 걱정을 할 수 없습니다. 저는 할머니가 없었으면 오늘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고, 할머니는 제가 없으면 남은 생을 마칠 수가 없습니다. 할머니와 손자가 서로의 목숨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구한 변명으로 능히 할머니를 두고 떠날 수가 없습니다. 저는 금년에 나이가 마흔 네 살이고 할머니 유 씨는 아흔 여섯입니다. 제가 폐하께 충성을 다할 날은 아직 많이 남아 있고, 할머니께 보답할 날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까마귀의 (반포보은하고자 하는) 정으로 바라옵고 바라옵나니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만 봉양하도록 애원하옵나이다.
- 최태호 교수 칼럼 안갚음과 앙갚음
http://www.kukmini.com/news/articleView.html?idxno=431300
이 얘기는 '진정표(陳情表)'라는 글에 나오는데요, 진나라의 무제가 이밀에게 동궁의 스승이 되라는 명령을 내렸을 때, 황제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이유가 밝혀져 있습니다. 처음에는 대노했던 무제가 이 글을 읽고 이밀의 효심에 크게 감탄했다고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효'라는 말을 좀 진부하게 느끼는 것 같은데, 세상이 미쳐 돌아가도 부모님의 은혜만큼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되겠지요? 그러니 반드시 부모님 살아생전에 안갚음하시기 바랍니다.
2020년 12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