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환의 우리말 비타민

으악새는 풀 이름인가?

봄뫼 2021. 1. 21. 22:50

  으악새를 아시는지요? 아마 '아 그거, 새가 아니고, 풀이야, 억새를 말하는 거지.'라고 하실 겁니다. 왜냐하면 이 으악새의 정체가 뭐냐는 논란이 수십 년이 되었고, 새가 아니고 억새라는 설명이 일반의 상식처럼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요, 고복수의 노래 '첫사랑'에 나오는 으악새는 억새가 아니고, 새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억새의 옛말은 어웍새이며 사투리가 웍새또는 으악새. 한때 사전에도 으악새=억새의 사투리라고 돼 있었다. 따라서 이 노래에 나오는 으악새억새라는 게 대체적 의견이었다.

그러나 이 노래의 2뜸북새 슬피우니~’에 비춰 으악새를 새로 보아야 한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더욱이 왜가리의 방언이 왁새이므로 으악새왁새를 길게 발음한 것이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1990년대 들어 대부분 사전이 으악새=억새의 사투리 왜가리의 사투리라고 올렸다.

- [우리말 바루기] 으악새 슬피 우는 가을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051602

 

  그렇다면 으악새는 갈대의 일종인 억새일수도 있고 왜가리일수도 있다는 건데요, 문제는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 으악새가 없다는 겁니다.

 

억새

식물볏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1~2미터이며, 잎은 긴 선 모양이다. 7~9월에 누런 갈색 꽃이 피는데 작은 이삭은 자주색이다. 잎을 베어 지붕을 이는 데나 마소의 먹이로 쓴다. 여러 가지 변종이 있으며,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Miscanthus sinensis)

- 표준국어대사전

 

  이렇게 되면 사전적으로 으악새는 억새를 뜻하게 되는데요, 짝사랑의 가사를 쓴 분의 이야기에 따르면, 노래에 나오는 으악새는 풀이 아닌 새가 분명합니다.

 

다만 작곡가인 손목인의 저서엔 작사자에게 으악새가 뭐냐고 물었더니 고향 뒷산에 오르면 으악, 으악하는 새 울음소리가 들려 그냥 으악새로 했다는 대답을 들었다는 기록이 나온다고 한다.

 

  결국 노래에 등장한 으악새의 정체는 풀 억새가 아니고, 으악새-왁새, 즉 왜가리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을 사전에 올리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닐 것 같습니다.

 

2020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