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환의 우리말 비타민

각 1병, 각각 1병?

봄뫼 2021. 3. 12. 18:38

  요즘에는 술자리도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 탓이죠. 코로나 이전에는 일과 후에 차차로 자리를 옮기며 마시곤 했습니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도 우리 선조들께서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즐겼다는 기록이 있으니, 우리 몸속에 그런 유전자가 있는 걸까요?

 

어제 얼마나 마셨어?

1병 했지.

 

  위 대화에서 1각각 1이라는 뜻입니다. 각각은 사람이나 물건의 하나하나를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각각이라고 해야 할 것을 한 글자 줄여서 이라고 한 겁니다. 이런 식으로 줄여서 표현하는 것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를테면 그때 그랬지그때그때 그랬지에서 보이는 차이가 바로 그런 것. ‘은 한 곳이지만, ‘곳곳은 여러 곳이다. 그런가 하면, 잘못 꺾으면 아예 사전에 없는 말이 되기도 한다. ‘책을 열심히 봤더니 너덜해졌다를 보자면, ‘너덜너덜해지다에서 너덜을 하나 생략하는 바람에 어디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새로운 말 너덜하다를 창조하는 지경에 이른 걸 볼 수 있다. ‘부랴부랴훨훨을 생략한 부랴이라는 우리말이 어디 있던가. ‘

- [바른말 광] <895>집에 부랴 돌아와?

http://mobile.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1022418500465143

 

  사람들은 간편한 걸 좋아하는 심리가 있지요. 그래서 말도 줄여 쓰기는 합니다만, 위 설명처럼 뜻이 달라지거나 뜻이 통하지 않는 이상한 말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말을 줄일 때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무상급식 폐지 반대 학부모들을 종북으로 모는 홍준표의 전의와 특유의 똘끼에 비춰 어느 하나 호락하지 않다.’

어느 신문 논설위원의 칼럼인데, 여기서도 중첩된 말을 생략해 쓰는 바람에 이상한 뜻이 되고 말았다. ‘호락(瓠落)하다겉보기에는 커도 소용이 없다는 뜻. 그래서 어느 하나 만만하지 않다는 뜻으로 쓴 글이 쓸모 있다는 뜻으로 바뀌고 만 것이다.

 

  그러니까 위 글에서 호락하지호락호락하지라고 써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고 보면 말을 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정말 호락호락한 일이 아닙니다.

 

호락호락하다: 일이나 사람이 만만하여 다루기 쉽다.

: 세상을 호락호락하게 보다. / 엄장한 체격과 매서운 눈초리로 보아 아무에게나 호락호락하게 마음이 꺾일 것 같지가 않을 듯싶었다.문순태, 타오르는 강

-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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