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과 ‘탓’
과거에 이런 유행어가 있었습니다. ‘OO 덕분에 다 모였네.’ 무슨 일로 모였을까요? 모인 것이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만, 이 유행어가 부정적으로 쓰인 맥락을 기억하신다면, 이 표현은 문제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뭔가 나쁜 일이 발생했다면 ‘덕분’이 아니고 ‘탓’을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덕분’은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을 뜻한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건네는 “그들 덕분에!”란 말처럼 항상 긍정적인 상황에서 쓰인다. ‘덕’도 같은 의미다. “그들 덕에!”로 바꿔 말해도 무방하다.
- [우리말 바루기] ‘덕분’과 ‘탓’
http://m.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9133183
그러니까 위 말은 ‘덕분’이 아니고 ‘탓’을 써서 ‘OO 탓에 다 모였네.’라고 했어야 합니다. ‘탓’이라는 게 뭔가 잘못된 일의 원인 같은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탓’은 주로 부정적 현상이 생겨난 까닭이나 원인을 이른다. “확진 판정을 받고도 동선을 숨긴 탓에 감염이 확산했다” “자가격리 통보를 받고도 거리를 활보한 탓에 시민들은 불안에 떨었다”와 같이 ‘탓’은 부정적인 맥락에서 사용한다.
이렇게 ‘덕분’과 ‘탓’은 구분해 써야 합니다. 정 헷갈리신다면 좋은 일 나쁜 일에 다 쓸 수 있는 ‘때문’을 쓰셔도 됩니다.
어떤 일의 원인이나 까닭을 뜻하는 ‘때문’은 긍정적 맥락에서도, 부정적 맥락에서도 쓸 수 있다. ‘덕분’과 ‘탓’처럼 특정 맥락에 한정되지 않는다. “말투 탓에 외로운 사람, 말투 덕분에 행복한 사람”에서 ‘탓’과 ‘덕분’을 모두 ‘때문’으로 바꿔도 의미가 통한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라고 하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지만, 여하간 ‘너’로 인해 이렇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좋은 일과 나뿐 일을 구분해서 그런 감정을 실어서 정확히 표현하고 싶다면 역시 ‘덕분’과 ‘탓’을 쓰는 게 좋겠지요!
이게 다 네 덕분이다. (좋은 일에 대한 인사를 하는 듯하다.)
이게 다 네 탓이야. (나쁜 일이 생겨 원망하는 듯하다.
2021년 3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