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환의 우리말 비타민

소름 돋다, 돋치다, 소름 돋히다?

봄뫼 2021. 5. 27. 20:07

  무서운 얘기를 들으면 소름이 돋을 때가 있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죽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름이 돋았다고도 말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돋다''돋치다'로는 쓸 수 있지만, '돋히다'로는 쓸 수 없습니다.

 

돋다는 피동형 표현을 만들 수 없는 자동사다. 피동이란 주체가 다른 힘에 의해 움직이는 동사의 성질을 말한다. 즉 무언가에 의해 그 동작을 하게 한다는 의미에 부합해야 피동 표현이 가능하다.

- [똑똑 우리말] ‘돋히다돋치다’/오명숙 어문부장

https://m.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422029010&cp=seoul&wlog_tag3=kakao_share

 

  설명이 좀 어렵습니다만, 더 이상 쉽게 설명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범인을 잡은 것은 형사입니다만, 잡힌 것은 범인입니다. 이 경우에는 ‘-를 붙여 범인이 잡히다라고 할 수 있지만, ‘돋다는 피동형을 만들 수 없습니다.

 

소름을 예로 들어 보자. 소름은 내 몸에 스스로 돋아나는 것이지 남에 의해 돋아나게 되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돋히다와 같은 피동 표현을 쓰면 안 된다. 다시 말해 돋히다는 남에 의해 내가 돋음을 당하게 되는 것인데, ‘돋다는 언제나 스스로의 작용에 의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하므로 피동 표현으로는 쓸 수 없다.

따라서 여기에 적합한 말은 밖으로 생겨 나와 도드라지다란 뜻의 돋치다이다. ‘돋다에 강조의 의미를 더하는 접사 ‘--’가 붙은 꼴이다. ‘날개 돋힌 듯 팔리다에서의 돋힌돋친이 바른 표현이다.

 

  여전히 어렵게 느껴집니다만, 소름은 스스로 돋아나는 것이므로 피동형을 만들 수 없고, ‘돋다를 강조한 돋치다로 써야 한다고 기억해야겠습니다.

 

2021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