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끓는 호소
뜻하지 않는 사고로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애끊는 아픔이나 슬픔’이라는 말을 합니다. 초조한 마음을 나타낼 때, ‘애가 탄다’는 표현도 씁니다. 과연 ‘애’는 무엇일까요?
‘애’는 원래 창자를 나타내는 말이었다. ‘애끊다’(몹시 슬퍼서 창자가 끊어질 듯하다)에 그 뜻이 남아 있다. 지금은 초조한 마음속을 이르는 말로 속이 타들어 갈 만큼 매우 답답하고 안타까운 상태를 일러 ‘애가 탄다’고 표현한다.
- [똑똑 우리말] ‘애끊다’의 ‘애’는 무슨 뜻일까/오명숙 어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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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속에서 창자가 부글부글 끓고 있거나 창자가 끊어졌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슬프고 아픈 일을 겪고 있는지 충분히 헤아릴 수 있습니다.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잃고 애끓는 슬픔을 감당하기 이전에 안전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도록 늘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애끓는 마음으로 호소합니다. 애 말고도 우리말에는 신체와 관련된 어휘가 많습니다.
“부아가 치밀었다”처럼 분한 마음을 나타낼 때 쓰이는 ‘부아’는 ‘허파’를 의미한다. ‘부아가 나다’, ‘부아가 끓어오르다’처럼 쓰인다.
“베토벤에 비견할 만한 음악가”에서의 ‘비견’ 역시 신체와 관련이 있다. ‘비견’(比肩)의 ‘견’(肩)은 어깨를 뜻하며 ‘비견’은 ‘대등한 위치에서 견주어지다’란 의미다.
공포감 따위에 맥이 풀리고 마음이 졸아드는 상태를 나타낼 때 쓰는 ‘오금이 저리다’의 ‘오금’은 무릎의 구부러지는 오목한 안쪽 부분을 가리킨다.
“슬하에 한 명의 자녀가 있다”와 같이 쓰이는 ‘슬하’(膝下)는 ‘무릎 아래’를 가리키며 주로 부모의 보호를 받는 테두리 안을 의미한다.
현재 가장 뜨거운 관심을 불러모으는 일을 나타내는 ‘초미의 관심사’에서 ‘초미’(焦眉)는 ‘눈썹에 불이 붙었다’는 뜻이다.
요즘은 쓰지 않는 ‘각하’라는 말을 다리 각(脚) 자로 오해하는 이들도 있습니다만, 이 때 쓰는 문설주를 뜻하는 ‘각(閣)’으로 높고 큰 집을 뜻합니다. 과거 대통령들이 높고 큰 집에서 사는 위치에 있었기에 ‘각하’라는 호칭을 붙였던 것이지요.
애는 창자, 부아는 허파, 비견의 견은 어깨, 오금은 무릎 안쪽, 슬하의 슬은 무릎, 초미의 미는 눈썹입니다. 눈썹에 불이 붙었으니 그 다급함을 잘 알겠습니다.
2021년 6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