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와 함께 찾은 푸른 바다
오후 1시 반쯤 개포동에서 동우를 태우고 강릉으로 향했다. 폭설이 내린 후였지만, 도로 위 눈은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운전을 했고, 5시가 조금 넘어 예약한 호텔에 도착했다. 그런데 동우가 급히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해서 1층에 있는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바다를 향해 난 창문 앞에 서서 솔숲 건너 푸른 바다를 바라보니, 잔잔한 파도가 속살거리듯 모래밭을 핥고 있었다. 잠시 후 동우가 나오는 기척이 들렸다..
괜찮니?
네, 속이 좀 불편했는데, 이제 괜찮습니다.
강릉교육연수원에서 샛별이를 만나 함께 강릉불고기를 먹으러 갔다. 오랜만에 받는 푸짐한 밥상이었다. 모처럼 만남이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맛나게 저녁을 먹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동우가 또 다시 다급한 목소리로 화장실로 데려가 달라고 했다. 식탁 사이 좁은 통로를 지나 바쁜 걸음으로 화장실에 들어 갔지만, 좌변기가 있는 문을 여는 순간, 동우가 허리를 꺾더니 토하기 시작했다. 몇 번을 토했을까? 방금 먹은 음식을 모두 게워 낸 동우가 창백한 얼굴로 서 있었다. 모든 것이 당황스러웠지만, 참착해야 했다.
동우야, 잠깐 서 있을 수 있니?
네.
동우는 힘겨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동우를 옆에 세워 두고, 바닥을 치우기 시작했다. 화장지를 뽑아 토사물을 여러 차례에 나눠 좌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다. 수돗물을 틀고, 화장실 구석에 있는 대걸레로 되도록 깨끗하게 바닥을 씻었다. 10분쯤 그렇게 청소를 하고, 동우를 부축하고 밖으로 나왔다. 직원에게 간단히 사정을 설명하며 죄송하다고 하니, 너그러운 미소와 함께 괜찮다고 했다.
동우야, 병원으로 갈래?
아니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요, 좀 눕고 싶네요.
애당초 커피를 마시러 갈 생각이었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샛별이를 연수원에 내려주고, 호텔로 돌아왔다. 동우를 침대 위에 눕힌 다음, 호텔 근처 편의점에서 2리터짜리 포카리 스웨트를 사 가지고 방으로 올라갔다.
이걸 마시면 좀 나아질지도 모른다. 힘들면 언제든 바로 병원으로 가자.
네.
동우는 포카리를 벌컥벌컥 마신 후 침대에 누웠고, 나도 옆 침대에 누워 상태를 지켜보았다. 눈은 감고 있었지만, 자는 것 같지는 않았다. 간혹 짧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 동우는 몇 차례 더 포카리를 마셨고, 11시 반쯤에야 잠이 드는 것 같았다. 나도 잠을 청했지만,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한참을 뒤척이다 2시 반쯤에야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이미 아침 햇살이 창문을 넘어와 있었다. 동우는 아직 잠들어 있었고, 2리터짜리 포카리는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조용히 일어나 물을 끓여 차 한 잔을 마시고 있는데, 동우가 눈을 떴다.
괜찮니?
네, 음... 예, 어제보다는 좀 나은 것 같아요.
그래, 다행이다. 차 한 잔 마실래?
네.
포카리 덕분인지, 따끈한 차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어제보다는 나아 보였다. 얼마 후 다소 기운을 차린 동우가 먼저 샤워를 했다.
괜찮니?
네,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아?
90%쯤이요.
그래, 다행이다.
서둘러 샤워를 하고, 짐을 챙기고 방을 정리한 후, 동우와 함께 옥상으로 올라갔다. 넓고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바람도 불지 않아, 겨울답지 않은 포근함마저 그낄 수 있었다. 바다를 향해 놓인 의자에 앉아 한참 얘기를 나눴다.
형, 아 앞이 바다죠?
그래, 역시 강릉 바다는 좋구나. 넓고 탁 트였고, 푸르고, 눈이 다 시원하구나.
역시 그렇겠죠? 형, 사진 한 장 찍죠.
너, 좀 살아났구나.
그런 것 같습니다. 어제 먹은 걸 다 토해서 그런지 배도 많이 고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