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김옥균, 조선의 심장을 쏘다

봄뫼 2025. 4. 24. 01:37

  이상훈 작가의 '김옥균, 조선의 심장을 쏘다'가 나왔다. 김옥균은 한말 정치가이자 사상가였으며 급진개화파의 영수였고, 갑신정변을 주도했다. 대부분의 역사책에서 '정변'이라고 하지만, 작가는 실패한 '개혁이자 혁명'이라고 말한다. 김옥균은 스러져가는 나라를 살리고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개혁을 꿈꾸었고, 살신성인의 심정으로 역사에 몸을 던졌다.

  작가는 3일천하로 끝난 갑신개혁이 성공했다면, 메이지유신으로 일어선 일본처럼 조선의 운명도 달랐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옥균은 메이지유신으로 개혁에 성공한 일본을 모델로 조선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끌고자 했다. 아쉽게도 일본에 너무 의지했고, 작가의 말처럼 민심을 얻지 못한 한계로 개혁가, 혁명가가 아닌 역도로 떨어졌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몸을 던진 김옥균에게 깊은 애정의 눈길을 던지며, 김옥균의 영웅적 삶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상훈 작가는 한복 입은 남자, 제명공주, 김의 나라, 포검비, 칼을 품고 슬퍼하다등 이미 여러 편의 역사 소설을 발표했고, 류주현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낙양의 지가를 올리는 역사소설가로서 인정을 받았지만, 그는 방송 피디였고, 영화감독이었으며, 뮤지컬 제작자였다. 다재다능한 분이지만, 이렇게 소설가로 완벽하게 변신할 줄은 몰랐다.

  과연 조선의 심장은 누구이고, 그 심장을 쏜 것은 누구였나? 처음 소설의 제목을 보았을 때, 가졌던 궁금증에 대한 답은 330쪽에 있었다.

  "겁이 난 홍종우는 세 번째 총알을 옥균의 심장에 쏘았다. 옥균은 두 눈을 버럭 뜬 채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홍종우는 김옥균의 심장을 쏜 것이 아니라 조선의 심장을 쏜 것이었다."

  조선의 혁명가는 총탄에 쓰러졌고, 조선을 구원할 마지막 희망은 사라졌다. 김옥균은 죽고, 개혁의 꿈은 사라졌지만, 작가는 쉽사리 펜을 놓지 않는다. 혁명가의 죽음, 실패한 개혁, 나락으로 떨어지는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한 작가의 짙은 아쉬움과 비분강개가 마지막 쪽까지 책갈피 안에 무겁게 배어 있다.

  김옥균은 이홍장을 만나기 위해 상해로 떠나기 전, 아내 유씨 부인에게 편지를 썼다.

  "나를 용서하시오. 가을이 되면 나뭇잎은 바람에 휘날리며 떨어져 죽음을 맞이하오. 그러나 땅에 떨어지는 나뭇잎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소." - 405.

  최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김옥균은 오늘 우리의 선택지 앞에 놓인 살아 있는 가르침이다. 오늘날 자신의 이익과 사리사욕을 위해 국가를 팔고 국민을 파는 사이비 정치인 그리고 사이비 지식인에게 목슴을 걸고 옳은 일을 시도한 김옥균의 일생이 작은 울림을 주기를 바란다.”

  난세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모든 분들에게 감히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