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우는 사람 있으면 참지 말고 '세이 노'라고 말하라는 광고가 있다. 금연과 관련 있는 광고이고 그걸 만든 곳이 보건복지부인 것 같으니 상업광고는 아니고 공익광고 범주에 드는 걸로 봐야겠지만 정말 이런 것까지 공익광고라는 이름으로 불러주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공익은 커녕 해악이다.
흔하디 흔한 '노스모킹'이란 문구, 금연이라고 한글로 쓰면 될 것을 대부분 로마자로 적어 놓은 그것에는 이제 싫증이 난 건지 물린 건지 아니면 성이 안차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부스러기 영어 몇 마디에 금방이라도 세계화가 이루어질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시대니까 국민들에게 영어 표현 하나 더 가르쳐주겠다는 철저한 서비스 정신(?)의 발로인지 모르지만, 어쩌다 방송에서 나오는 그 노랫가락 같지도 않은 세이노 어쩌고 하는 소리를 들으면 유치하다 못해 역겹기까지 하다.
이렇게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보건복지부 사람들 귀 가렵고 듣기 거북하고 언짢아 하기도 하겠지만 그러라고 생각나는 대로 막 쓰는 거다. 도무지 그런 캠페인을 준비할 때 내용과 표현에 대해서 생각은 하는지, 고민은 좀 하는지, 아무 생각 없이 예산만 갖다 쏟아붓는 건지 정말 궁금하다. 마음 같아서는 그놈의 동영상을 좀 올려놓고 싶지만 그런 걸 할 줄도 모르는 데다가 본의 아니게 선전해 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 아래 사진으로 대신한다. 실은 이것도 볼썽사납기 짝이 없다.
국민의 건강을 걱정해 주는 건 좋다. 보건복지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눈을 좀 크게 뜨고 대한민국의 건강한 언어생활에 대해서도 신경써 주기 바란다. 국어 관련 법률 가운데 정부는 국어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솔선수범해서 그런 노력은 못할지언정 최소한 부스러기 영어 남발로 우리말을 오염시키고 훼손하는 만행만큼은 자제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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