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닥터는 미국 작품입니다. 닐 사이먼이 썼습니다. 번역한 이는 박준용 선생입니다. 지금 저는 박준용 선생 번역을 갖고 공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연출은 이대영 선생이 맡았습니다. 이 선생은 우리말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실 이건 관심이라기보다는 당연한 일입니다만 다수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관심이라는 낱말을 쓰게 됩니다. 이 선생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공부하셔서 영어도 잘 하십니다만 온 국민이 영어를 다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반대하시는 분입니다. 어쨌든 우리말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신 분을 연출자로 만나니 연습을 하면서 우리말에 관한 얘기를 자주 나누게 됩니다.
폭발의 발음은 폭빨이다. 폭팔이 아니다. 이 얘기의 '끄츨' 다르게 할 수도 있다가 아니고 '끄틀' 다르게 할 수도 있다. 수퍼는 틀리고 슈퍼가 맞다. '무르베' 앉는 게 아니고 '무르페' 앉는 것이다. '삼가해야'는 틀리고 '삼가야 해'가 올바른 표현이다. 까짜, 꼬추, 꽁짜 등등 쓸데없는 경음화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한다는 등등의 얘기들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한글문화연대 대표가 배우니까 우리가 이번 공연은 정말 국어적으로도 잘 해야 한다는 말씀도 하십니다. 저한테 이것저것 질문을 하면서 아니 대표가 이런 것도 모르느냐고 따지실 때도 있지만, 이 선생을 만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출자가 이러하니 자연히 다른 배우들도 우리말에 관심을 보여서 얘기는 더 뜨거워집니다. 관객 앞에서 대사를 소화해야 하는 배우들인지라 사실 이런 관심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암캐 수캐 암평아리 수평아리인데 왜 암범, 수범인가?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는 표준어 규정에 대해서는 의구심도 표하고 나름대로 비판도 가하였습니다. 일관되게 수펌, 암펌이라고 했으면 좋았겠다는 바람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전에 오른 수범과 암범을 마음대로 수펌, 암펌으로 할 수는 없습니다.
대화를 하다 보니 배우는 연기도 잘 해야 하지만 우리말도 잘 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습니다. 다만, 그 실천이 쉽지는 않은데요, 그래도 하나 하나 차근차근 해나가다 보면 굿 닥터는 우리말 사용 면에서도 좋은 작품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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