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맞은 표현없을땐 어쩔수 없지만… 외래어 범벅된 한국어남용 자제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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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더러는 이렇게 묻는 분들도 있다. 외래어가 본디 외국어였지만 이미 우리말이 된 것이니 써도 무방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 말 속에는 몇 가지 짚어야 할 문제가 있다. 첫째는 남용의 의미이다. 남용은 '일정한 기준이나 한도를 넘어서 함부로 씀'을 뜻한다. 그러므로 함부로 쓰지 않고 적절하게 쓰는 것은 '남용'이라 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외래어라 해도 아주 쓰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컴퓨터, 디지털 카메라 같은 말은 대체할 적당한 말이 없기 때문에 쓰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이런 말은 외래어를 남용하지 말자는 주장의 대상조차 되기 어렵다. 둘째는 외래어를 우리말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오해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외래어를 "외국에서 들어온 말로 국어처럼 쓰이는 단어를 일컫는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럼 여기서 '처럼'에 주의해 보자. '처럼'이란 모양이 서로 비슷하거나 같음을 나타내는 격조사이다. 그렇다면 '국어처럼'이란 국어와 비슷하거나 같은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풀이 또한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사고로 가족을 잃은 그는 짐승처럼 울부짖었다"라고 해도 그는 짐승이 아니다. "철수는 도깨비처럼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라고 해도 '철수=도깨비'는 아니다. 유리알이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인다고 해서 다이아몬드는 아니다. 아무리 반짝여도 다이아몬드가 아닌 이상 유리알을 100만 원이나 1,000만 원씩 주고 살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원어민처럼 영어가 유창했다"고 해도 결코 원어민은 아니다. 비슷할 뿐이다. 그런데 '처럼'이란 말 풀이에 왜 '같다'는 뜻이 들어가 있을까? '같다'도 의미가 다양하다. '같다'에는 "그는 나와 같은 동네에 산다"처럼 정말로 '같은 곳'도 의미하지만 그런 뜻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유적으로 쓰는 경우가 그렇다. '양귀비 같은 얼굴'은 양귀비는 아니지만 양귀비 못지않게 예쁘다는 뜻이고, "하는 짓이 굼벵이 같다"고 하면 굼벵이는 아니지만 굼벵이 버금가게 동작이 느리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위에 열거한 '짐승처럼', '도깨비처럼' 등도 모두 비유적으로 쓴 표현임을 알 수 있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여기서 같다는 무슨 뜻일까?). 외래어는 국어, 즉 우리말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이 외래어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외래어 범벅의 한국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홈리스니 미디어법이니 로스쿨이니 하는 말들은 노숙인, 매체법,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충분하다. 쓰나미는 해일이나 지진해일이면 충분하고 '정치 쓰나미'나 '경제 쓰나미' 같은 말은 전형적인 외래어 남용이고 애초에 쓸 필요가 없는 말이었다. 디스카운트와 서비스 탓에 에누리와 덤이 죽어가고 다이어트와 슬림 탓에 살빼기, 날씬하다, 가냘프다 같은 우리말은 외면당하고 있다. 최근 '엣지 있게'란 말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이 말 역시 '똑 부러지게, 절도 있게'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표현했었다. 여하간 이 망할 놈의 '엣지 있게'가 한 때의 유행으로 그치길 간절히 기도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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