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이야기'의 저자 앤드류 로빈슨은 일본 글자가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다고 했다. 가나문자와 한자, 영어 알파벳을 다 쓰고 있기 때문이다. 가나는 가타카나와 히라가나가 있어 모두 4개의 문자처럼 보일 수도 있다. "朝食拔きは、出世が遲い。Big Chance! モ-ニングセット合計4,800名樣プレゼント"
로빈슨의 지적처럼 복잡할 뿐만 아니라 일본 글인지 한자인지 영어인지 정체성이 모호해 보인다. 메이지유신을 겪으면서 대두됐던 한자 폐지, 가나 폐지, 로마자 국자 채용 등의 주장 앞에 우왕좌왕하다가 뒤죽박죽 된 거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생긴다. 그런데 지금 남 얘기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다음은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이다.
"IMF 경제 위기 탈출! 大 할인판매!"
화면에 보이는 글자는 '영어 알파벳+한글+한자'였다. 일문(日文)의 형태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기자로 분한 개그우먼은 IMF를 '임프'로 읽었다가 비웃음을 샀다.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앵커의 지적에 당황한 그녀는 '임프'를 '아이엠파더'로 고쳐 읽었다. 그러고는 '치읓 할인 판매'라고 했다. 방청석에서 펑펑 웃음이 터질 정도로 날카로운 풍자였기에 뒷맛은 더욱 씁쓸했다. IMF뿐일까? DTI 규제, PC방, 美쇠고기, R&D, 저축銀, LG家, 中企 돕기, 명품車, 라이브show, 三겹살day…. 다른 나라 흉볼 일이 아니다.
- 이 글은 3월 24일자 조선일보 일사일언에 실렸습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3/23/2011032302693.html
'한글이 희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사일언] 세종대왕은 왜 광화문을 등지고 계실까 (0) | 2011.04.07 |
---|---|
한글 빛내기 100만 명 서명 운동 (0) | 2011.04.01 |
[일사일언] '너무'가 너무합니다 (0) | 2011.03.17 |
전용 박물관에 전시할 한글 유물을 찾아라 (0) | 2011.03.17 |
'외어와 외국 문자 남용을 반대하는 모임'을 만들어야 한다. (0) | 2011.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