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문화연대 한국어학교 교장을 맡고 있습니다. 학교라고 해 봐야 학생은 달랑 4명이지요. 일본에서 온 여성 3분, 베트남에서 온 여성 1분입니다.
엊그제가 추석이어서, "추석 잘 쇠셨습니까? 즐거우셨습니까? 송편 많이 드셨습니까?" 이런 질문을 드렸더니, 한 분이 "콩이 든 것 보다 파시 든 게 더 맛있어요."라고 대답하더군요.
한국어를 가르치는 처지에서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어서, "파시 아니고 파치 든 거라고 발음해야 한다."고 정확한 발음을 알려 드렸습니다. 마찬가지로 "송편을 빚을 때는 파슬 넣어라가 아니고 파틀 넣어라."라고 하는 게 맞다고 알려 드렸죠.
'팥을' '파틀'이라고 발음하는 것은 연음법칙에 따른 것이고, '팥이' '파치'가 되는 것은 구개음화 현상 때문이라는 설명을 좀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알려 드려도 주위에 있는 한국인들 대부분이 '파슬, 파시'라고 발음하니까, 이 분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거죠. 우리가 제대로 안 하는 상황에서 정확한 발음을 알려드리자니, 참 뭐랄까, 당당하지 못하다고 할까, 군색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정재환 오늘은 파틀 넣어라.m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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