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환의 우리말 비타민

띄어쓰기 의존 명사

봄뫼 2020. 5. 20. 08:06

  사람들이 자립이나 독립이란 말을 좋아하는 이유는 주체적으로 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의존한다는 것은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우리가 쓰는 말에도 의미가 형식적이어서 다른 말에 기대 활동하는 의존 명사가 있습니다만, 단어로 인정합니다.

 

42항 의존 명사는 띄어 쓴다.

의존 명사는 그 앞에 반드시 꾸며 주는 말이 있어야 쓸 수 있는 의존적인 말이지만, 자립 명사와 같은 명사 기능을 하므로 단어로 취급된다. 따라서 앞말과 띄어 쓴다.

먹을 음식이 없다. / 먹을 이 없다.

좋은 사람이 많다. / 좋은 가 많다.

 

   예문의 가 바로 의존 명사입니다. ‘앞에 먹을이라는 단어가 없으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 말은 의존 명사가 꾸미는 말 뒤에 온다는 뜻이고, 반드시 띄어 써야 합니다.

그런데 의존 명사 중에는 조사나 어미의 일부, 접미사 등과 형태가 같아 띄어쓰기를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 있습니다.

 

남자, 학생처럼 복수를 나타내는 경우에는 접미사이므로 앞말에 붙여 쓰지만, ‘, 보리, , , 기장 을 오곡(五穀)이라 한다와 같이, 두 개 이상의 사물을 열거하는 구조에서 그런 따위라는 뜻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의존 명사이므로 앞말과 띄어 쓴다. 이때의 은 의존 명사 ()으로 바꾸어 쓸 수 있다.

 

   앞에 나온 은 복수를 나타내는 접미사여서 앞말에 붙여 씁니다만, 뒤에 나온 은 두 개 이상의 사물을 열거할 때 쓰는 의존 명사여서 앞말과 띄어 써야 합니다.

 

코로나블루, 세계적 대유행, 통째격리, 확찐자 들은 모두 코로나19 관련 용어다.

 

   과 같은 의미여서 코로나블루, 세계적 대유행, 통째격리, 확찐자 등이라고 써도 됩니다. ‘도 띄어 쓴다! 간단히 기억할 수 있습니다만, 의외로 을 앞말에 붙여 쓴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랜선 아이돌 콘서트' 연다오마이걸 총출동

‘5·18 시민 훈방' OOO 총경 21명 징계취소

 

   이렇게 을 앞에 붙여 쓰면 신체의 일부로서 오마이걸의 등, 총경의 등 들을 가리키는 말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여하간 전등’, ‘형광등, ’가로등‘, ‘새우등’, ‘곱사등같은 낱말의 이 아닌 이상 은 모두 띄어 쓰면 됩니다.

 

남자이다, 이다처럼 체언 뒤에 붙어서 한정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조사로 다루어 붙여 쓰지만 웃을 이다, 만졌을 이다와 같이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 나타날 경우에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형태가 같은 도 조사가 있고, 의존 명사가 있어서 슬플 뿐이다’, ‘미울 뿐이다’, ‘잘생겼을 뿐이다처럼 관형사형 뒤에 오는 경우는 의존 명사여서 띄어 씁니다. 다음은 대로입니다.

 

대로대로, 약속대로처럼 체언 뒤에 붙어 그와 같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조사이므로 붙여 쓰지만 아는 대로 말한다, 약속한 대로 하세요와 같이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 나타날 경우에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의존 명사 대로역시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 오기 때문에 띄어 씁니다. 조사 대로는 당연히 앞말에 붙여 쓰는데요, 앞말이 위처럼 , 규칙, 약속, , 소식, 결과, 말씀과 같은 명사면 주저 없이 붙여 쓰면 됩니다. 이어지는 보기 ~ 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사, 어미, 접미사, 합성어

의존 명사

중학생이 고등학생만큼 잘 안다()

만큼 보았다

하나 알고 둘은 모른다()

세 번 에 시험에 합격했다

집이 큰 작은 모르겠다()

그가 떠난 보름이 지났다

구름에 달이 흘러가()

그가 먹은

인사 들렀다()

고향에 갔던 에 선을 보았다

노름, 씨름, 웃음()

바둑 두 , 장기를 세 이나 두었다

 

   표 왼쪽에서 만큼, 은 조사이고, ‘, 은 어미, ‘는 접미사, ‘은 합성어를 이루는 단어여서 붙여 씁니다. 합성어는 둘 또는 그 이상의 단어가 만나 한 단어가 된 것으로 삽질, 연습장, 일기장, 돌대가리, 수력발전소같은 말들입니다.

   표 오른쪽은 모두 의존 명사로 띄어 쓰는데요, 앞에 , 먹은, 떠난, 갔던같은 용언의 관형사형이 온다는 것을 기억하시면 됩니다. 다음 문장들을 비교하면 조사와 의존 명사를 구분하는 요령이 보입니다.

 

약속대로 오늘 만나자.

약속한 대로 오늘 만나자.

답례 방문했다.

공연 전국을 순회했다.

산업 시찰 지방에 갔다.

노래를 부르던 였다.

춤을 추려고 하던 였다.

 

   그런데 세 번 만은 시간의 경과나 횟수를 나타내는 말 뒤에 오는 의존 명사이고, ‘바둑 두 판은 수 관형사 뒤에서 승부를 겨루는 일을 세는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 명사라는 것을 따로 기억해야 합니다.

   는 띄어쓰기를 틀리는 빈번한 사례 중 하나인데요, 선택이나 나열, 과거를 뜻하는 어미 는 붙이고, 시간의 경과나 횟수를 나타내는 의존 명사 는 띄어 써야 합니다.

 

먹든 말든 / 얼마나 아팠던

일어난 1시간 되었다. / 입사한 3년 만에 상무가 되었다.

 

202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