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환의 우리말 비타민

라바콘을 아십니까?

봄뫼 2020. 11. 13. 12:28

  다들 알지만 이름은 모르는 물건이 있답니다. 책갈피는 책장과 책장 사이를 뜻합니다만 읽던 곳을 표시하기 위해 책갈피에 끼우는 물건을 그냥 책갈피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정확한 이름은 '가름끈'이고 '갈피끈'이라고도 합니다.

 

책 가름끈 있어?

갈피끈을 어디다 두었지?

 

  이처럼 무엇인지는 잘 알지만 이름을 모르거나 헷갈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라바콘도 그 중 하나일 겁니다. 도로상에서 공사를 할 때, 통행을 막기 위해 세우는 고깔이 바로 라바콘입니다. 주차하지 말라는 표시로 라바콘을 세우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라바콘은 알쏭달쏭한 외래어입니다.

 

라바콘’. 고무(rubber) 재질의 고깔(cone)이라는 뜻이다.

- 통행 금지에 쓰는 그 물건 라바콘아니고 안전 고깔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mal_moi/2020/10/28/MBWPO23YB5DQ3GSP5NHLTVSJPA/

 

  고무를 뜻하는 'rubber'와 고깔을 가리키는 'cone'의 합성어입니다. '''브라보콘, 월드콘' 등 아이스크림 이름에 흔히 쓰고 있으므로 크게 낯설지는 않습니다만, '라바콘'보다는 '안전 고깔'이 더 쉽고 편합니다. 만시지탄이지만, 한국도로공사가 지난 109일 한글날을 맞아 우리길 우리말을 공개했는데요, 몇 가지 순화어를 좀 살펴보겠습니다.

 

교통 안내 방송에 자주 나오는 램프’(ramp·위아래로 교차하는 두 도로를 잇는 경사로)연결로. 야생동물이 길에 뛰어들어 자동차에 치이는 로드킬’(road kill)동물 찻길 사고’, 도로 표면의 얇은 빙판을 뜻하는 블랙아이스도로 살얼음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솔직히 '램프'는 너무 어려웠습니다. 저도 오래 전에 사전을 찾아보고 나서야 뜻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외래 용어를 한국인 운전자들을 위한 교통표지판에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무신경과 베짱이 놀라울 뿐입니다. 그리고 '블랙아이스'는 불과 2년 전부터 일기예보에 등장한 말입니다. 그 전에는 도로 표면이 얼었다거나, 빙판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블랙아이스'가 등장한 겁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애당초 갖다 쓸 이유가 없는 말이었습니다. 아무쪼록 쉬운 우리말 '안전 고깔, 연결로, 동물 찻길 사고, 도로 살얼음' 등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0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