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환의 우리말 비타민

돋우다, 돋구다

봄뫼 2021. 9. 7. 16:44

  여름이면 더위에 지쳐 식욕도 잃기 쉽습니다. 이런 때 이열치열이라며 삼계탕 같은 음식을 찾는 이들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냉면이나 콩국수가 생각만 해도 시원하고, 입맛을 돋우어 줍니다. ‘돋우다돋구다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모두 틀립니다.

 

'돋우다'에는 '위로 끌어 올려 도드라지거나 높아지게 하다'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호롱불의 심지를 돋우다' '발끝을 돋우어 밖을 내다보았다' 같은 문장에서 쓰죠. '흙으로 더 덮어 두두룩하게 만들다'는 뜻도 있어요. 예를 들면 '물이 잘 빠질 수 있게 밭고랑을 좀 돋우어 놓아라'와 같이 써요. 셋째로 '정도를 더 심하게 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달빛이 더욱 적막감을 돋우었다' 같을 때 쓰죠. 넷째 뜻은 '감정이나 기색 등을 생겨나게 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호기심을 돋우다' '화를 돋우다'와 같이 써요. 이 밖에도 '음식이 입맛을 당기게 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적절한 운동은 식욕을 돋운다'처럼 씁니다.

- 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94] '돋우다''돋구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5/26/2021052600132.html

 

  더러 성질 돋구지 마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성질도 돋구는 게 아니고 돋우는 겁니다. 그렇다면 돋구다는 언제 쓰면 될까요?

 

'안경의 도수 따위를 더 높게 하다'라는 뜻이에요. 그런데 이때는 보통 '높이다'를 많이 쓰죠. 예를 들면 '눈이 침침한 걸 보니 안경 도수를 돋굴 때가 되었나 보다'처럼 쓸 수 있어요.

 

  안경 도수를 높일 때 외에 달리 쓸 수는 없나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니, 예문에 안경 도수를 돋구다라는 것만 소개되어 있네요. 정말로 안경 도수를 말할 때에만 이 말을 쓴다면, 나머지는 무조건 돋우다를 쓴다고 기억하면 되겠습니다.

 

2021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