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지하철을 탈 때 보면 핸드레일이라는 말을 열심히 보급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다짜고짜 ‘핸드레일’이라고 하면 시민들이 잘 모를 거라고 생각했는지 핸드레일이라고 쓰고 괄호를 친 다음 ‘손잡이’라는 설명을 넣어 놓았다. 그러니까 핸드레일이란 다름 아닌 손잡이다!
좀 이상하다. 그렇다면 그냥 손잡이라고 하면 될 텐데, 왜 굳이 핸드레일이라는 말을 쓰려는 걸까? 만일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핸드레일이라고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손잡이와 구분해서 정확하게 핸드레일을 쓰려는 거라면 괄호 안에 설명도 그냥 (손잡이)라고 하면 안 되고 (엘리베이터 손잡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내 보기에는 암만해도 ‘손잡이’라고만 해도 충분한데 끝끝내 핸드레일을 갖다 붙이려는 심보가 궁금하다.
지하철 사고가 잦아지면서 ‘스크린도어’라는 걸 만들었다. 안전선 밖에서 기다리다가 ‘스크린도어’가 열리면 타란다. 안전선 밖에서 기다리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얘기는 차치하고 이것도 ‘안전문’이라고 하면 간단할 텐데 알쏭달쏭한 ‘스크린도어’를 갖다 붙였다.
스크린도어는 영어로 PSD라고 한단다. CH, SH, EX 등등 영어 약어 엄청 좋아하면서 왜 이건 약어로 하지 않았을까?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그냥 PSD라고 하면 추측하기가 어렵긴 하다. 그렇다고 ‘플랫폼스크린도어(platform screen doors)’라고 하면 너무 길어 부담스럽겠지?
여하튼 ‘서울지하철’이 ‘서울메트로’로 이름을 바꿀 때부터 이런 변신을 알아봤어야 했다. ‘변신’을 타자할 때는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 짐작하시겠지만 아차 하는 순간 받침 하나 잘못 입력하면 큰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은 왜 영어로 바꾸지 않았을까?
덧붙임 : 대개 ‘메트로’를 영어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원래 메트로도 우리말에서 온 것이다. 지하철이 땅 밑으로 다닌다고 해서 ‘밑으로 밑으로’ 하다가 ‘메트로’가 된 것이다. 흔히 휴대전화를 핸드폰이라고 하는데 핸드폰은 콩글리시이고 영어는 ‘셀룰러폰’이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그것도 잘못 알려진 것이다. ‘셀룰러’의 어원 역시 우리말이다. 세게 누르라는 우리말 사투리 ‘쎄리눌러’가 변해 ‘셀룰러’가 된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아름다운 문자 환경을 꿈꾸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수다, 한글을 입다! (0) | 2008.10.10 |
---|---|
니카는 무슨 뜻일까? (0) | 2008.10.08 |
해 - 장작더미 (0) | 2008.08.16 |
한글, '브라운스톤'을 입혀라! (0) | 2008.05.05 |
한글이 희망! (0) | 2008.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