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희망

동주민센터 이름 반대 1인 시위에 나서며

봄뫼 2008. 7. 1. 20:53

 

 

 

  동주민센터라는 이름은 대한민국 정부 이름으로 알맞지 않습니다. 대한민국다운 이름이 아니고, 오히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크게 어긋나는 이름입니다. 이미 간판 교체가 끝났으니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고 잘못을 보고도 모른 체 하는 태도와 다르지 않습니다. 누구나 실수도 하고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는 것이기에 잘못 지은 이름도 있을 수 있고 바로 잡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 해 9월 동주민센터로 간판을 바꿔달 때부터 줄곧 반대 운동을 펼쳐왔습니다만 정부는 우리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초기에 동사무소 이름 변경 계획이 발표되고 일부 국민들이 반대하거나 이견을 제시했을 때 시행을 미뤘다면 이런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주민 복지를 위해 그에 걸맞은 이름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굳이 ‘센터’가 들어가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센터만 고집합니다. 센터가 외래어니 써도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데 애당초 좋은 우리말, 토박이말로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뒤집어 보면 ‘외래어니 써도 되지 않느냐’는 물음 속에는 우리말로 해야 한다는 원칙이 알게 모르게 깔려 있는 것이지만 더 이상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습니다.

 

  창의성을 강조하는 시대지만 ‘센터’는 창의적이지도 않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센터가 너무 많습니다. 카센터, 스포츠센터, 투어센터, 종합검진센터, 여성능력개발센터, 모발이식센터, 애견센터, 문화센터, 창업보육센터, 사회복지센터, 노인복지센터, 미술교육센터, 음악교육센터, 잉글리시에듀케이션센터, 지역체육센터, 그랜드컨벤션센터, 에이에스센터, 콜센터, 우주센터, 재활센터, 자원봉사센터, 심부름센터, 프레스센터, 영양센터, 회센터, 물류센터, 고객센터, 리더십센터, 커뮤니티센터, 암센터, 평생교육센터, 주민자치센터 등등 ‘센터병’에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언제부턴가 회사 이름도 영어로, 시아이(CI)니 뭐니 하는 것들도 영어로 만드는 게 추세가 되고, 그러면 마치 세계화가 달성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풍토가 돼버렸지만 세계화라기보다는 맹목적인 영어 숭배일 뿐입니다. 이름만 영어로 바꾸어서 세계화가 된다면 세상에 그렇게 쉬운 방법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세계화와 부스러기 영어 남용을 착각하는 것은 미국을 모델로 하는 세계화에 대한 착각입니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가 아닌 이상 지금의 미국 쏠림, 영어 쏠림은 세계화 자체에 대한 큰 오해가 빚은 결과일 뿐입니다. 세계는 말 그대로 미국뿐만이 아니라 유럽, 중국, 일본, 중동, 남미, 아프리카 등등 온 세계입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 그런 삶을 실천하는 이를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더러 우리 것을 키우고 살리려고 애쓰는 분이 있지만 정작 그런 일을 실행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이들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쇠고기 문제도 그렇습니다. 그들이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과 대한민국 축산농가의 이익을 위해서 협상에 임했다면 검역주권과 축산업을 포기하고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내주는 황당한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합니다. 그것이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는 일입니다.

 

  동주민센터는 이름을 지을 때 절차상의 문제도 많았습니다. 일부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온통 ‘센터’가 들어간 이름들을 보기로 올려놓고 선택을 강요한 점, 그 와중에 5위를 차지한 ‘주민센터’가 투표 결과를 뒤엎고 1위를 한 ‘주민지원센터’를 - 물론 거기에도 센터가 들어가 있습니다만 - 물리치고 결정됐다는 것 자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애초에 ‘주민센터’로 하고 싶은데 시민의 의견 청취도 없이 일방적으로 할 수는 없으니 적당히 형식을 갖춰 몇몇 시민들을 동원한 것이고, ‘주민센터’에 대한 국민 다수의 반대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겁니다.

 

  그동안 행자부에 항의하고 백만인 서명운동을 펼치고 감사원에 감사도 신청했지만 정부는 진지한 자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지금 정부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사실과 그 중요함을 알리기 위해 동주민센터 이름 반대 백만인 서명운동에 이어 동주민센터 이름 반대 1인 시위에 나섭니다.

 

  ‘주민센터’란 이름은 다시 지어야 합니다. 현재 우리의 삶을 직시하고 역사를 길게 내다보면서 정말 대한민국 정부다운 이름이 뭔가를 생각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정부 이름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담은 이름이어야 하고 오래도록 빛이 바래지 않을 이름이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 이름은 아름다운 우리말로 지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