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말과 글도 금메달이면 좋다

봄뫼 2008. 9. 4. 14:22

  베이징올림픽 야구 금메달 획득을 축하하는 내용의 신문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남의 탓하는 사람들이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표현이 좀 알쏭달쏭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시선을 끌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남의 탓’의 소유격 조사 ‘의’는 잘못 사용되었다. ‘나의 살던 고향’이 잘못인 것과 같다(‘내가 살던 고향’이 맞다). 따라서 ‘남의 탓’이 아니라 ‘남을 탓하는’이라고 해야 한다.

 

  그래도 이상하다. 탓이란 주로 부정적인 현상이 생겨난 까닭이나 원인을 뜻한다. 이번 사고는 순전히 내 탓이다. 어머니가 다치신 건 아버지 탓이 아닙니다. 그런가 하면 구실이나 핑계로 삼아 원망하거나 나무라는 일을 의미한다. 안되면 조상 탓만 한다. 경기에 지고는 무더운 날씨 탓만 했다. 이처럼 써왔다.

 

  그런데 옆에 딸린 내용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 선수들이 했지 제가 한 게 있나요. 감독님의 작전이 딱 들어맞았지요. 경험 많은 선배들 덕분입니다. 모두 젊은 후배들의 저력으로 해낸 거죠. 우리 선수들의 실력으로 따낸 금메달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응원이 많든 금메달입니다. 다 이런 식이다. 탓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서로 상대방에게 공을 돌리고 칭찬하기 바쁘다.

 

  그러고 보면 이 문구는 남을 칭찬하는 사람들이 기적을 만들었다거나 남의 공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기적을 만들었다거나 남 덕분이라는 사람들이 기적을 만들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금메달 따서 기분 좋지만 말과 글도 금메달이면 더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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