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쉽고 편안한 미디어다음을 소망한다

봄뫼 2008. 9. 6. 00:45

   미디어다음에 접속하면 왼쪽 맨 위에 DAUM미디어다음이란 글자가 보인다. DAUM이란 표기는 오른쪽 상단에 작은 글씨로 한 번 더 적혀 있는데 어느 쪽이든 글자를 ‘딸깍(클릭)’하는 순간 다음 메인페이지로 넘어간다. 메인페이지는 ‘첫 화면’이라고 해도 될 것 같지만 화살표를 살짝 갖다 댔을 때 반투명으로 나타나는 안내문에는 분명 ‘메인페이지’라고 적혀 있다.

 

  오른쪽 상단에는 쇼핑과 ‘d&shop’이란 글자가 나란히 박혀 있고 그 아래 미디어다음의 전체 차림표가 있다. 뉴스, 스포츠, 블로거뉴스, 텔레비존, 세계엔, 만화속세상 그리고 베이징2008이다. ‘텔레비존’의 표기가 좀 이상해서 잠시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텔레비전’과 ‘존’을 합성해서 끝 글자가 ‘존’이 된 듯하다. ‘세계엔’은 ‘세계 +망(net)’ 정도일 것 같지만 “지금 세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라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뉴스에는 뉴스홈, 사회, 속보 등이 있고 그 옆에 IT/과학, 포토, TV의 순서로 방이 나뉘어져 있다. 스포츠 옆은 소고기 문제와 더불어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아고라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정치와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던 아고라가 미디어다음을 통해 부활했는데, 시간과 무대는 달라졌지만 예나 지금이나 ‘광장’의 주인은 시민이었다.

 

  아고라의 차림표 중 ‘즐보드’가 눈에 들어온다. 즐겨보는 보드란 뜻일까? 즐보드베스트, 포토즐, 직찍/제보, 패러디 순이고 끄트머리는 DSLR이다. 즐보드베스트, 포토즐 그리고 ‘직찍’까지도 알 것 같은데 ‘DSLR’은 도무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검색을 해봤더니 “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digital single-lens reflex camera digital slr dslr)는 필름 일안 반사식 카메라와 거의 동일한 광학적 기계적 원리로 동작하는 디지털 카메라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디카 혹은 디지털카메라라고 하지만 이게 좀 더 정확한 명칭인 것 같다. DSLR을 딸깍 해 보니 역시나 근사한 사진들이 한가득 눈에 들어온다.

 

  블로거뉴스에도 ‘이슈트랙백’이란 차림이 있는데 ‘블로거뉴스 공식블로그’의 설명에 따르면 블로그의 트랙백 기능을 이용해 미디어다음 블로거 기자들이 함께 공동취재를 벌이는 것을 말한단다. 트랙백은, 쉽게 설명하면, ‘원격 댓글’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처음부터 ‘트랙백’ 대신 ‘원격 댓글’이라는 말을 쓸 수는 없었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런데 블로그란 뭘까? 창피하다. 왜냐하면 블로그도 모르니까!

 

  이 블로그란 녀석은 ‘웹로그’라고도 하는데 인터넷을 의미하는 ‘웹(web)’과 자료 또는 일지를 뜻하는 ‘로그(log)’의 합성어이고, 웹로그는 1997년 존 바거가, 블로그는 1999년 피터 메홀츠가 최초로 사용했단다. 해서 블로그를 사용하거나 운영하는 사람을 ‘블로거(blogger)’라고 하며, 블로그 사이트에 접속하여 글을 쓰는 행위를 ‘블로깅(blogging)’이라고 한다. 글쓴이도 엄청 부실하게나마 ‘한글나라’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니 블로거이며 가끔 블로깅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 말들이 너무 어려워서 몹시 곤혹스럽다.

 

  세계엔에 들어가 보니 차림이 정겹다. ‘세계엔홈’이 있지만 그 옆은 나라방, 유학방 등 노래방, 비디오방, 찜질방 수준이고 포토나 트렌드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사진’이나 ‘경향’은 안 되는 걸까? 요즘 경향(?)에 대한 호불호가 크게 엇갈리는 그 경향과는 근본적으로 관계가 없는 말이긴 하지만 왠지 트렌드보다는 경향 쪽으로 마음이 쏠리는 걸 억누르기 어려워 나도 모르게 흰소리를 늘어놓았다.

 

  솔직히 이 글을 시작할 때는 겁이 났었다. 언제 어느 구석에서 튀어나올지 모를 알쏭달쏭한 외래 용어와 로마자 표기에 대한 공포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걱정만큼 많지는 않았다. 물론 적지 않았다. 단지 잔뜩 겁먹고 걱정한 만큼보다는 적었다는 의미다.

 

  누리그물(온라인)이든 누리그물 밖(오프라인)이든 외래 용어와 로마자 표기가 남용되고 있다. 영어를 턱없이 강조하다 보니 분별력마저 상실한 탓이다. 우리나라에서 우리말은 혼란에 빠지고 한글의 위상은 점점 초라해져 간다. 손님이 주인 자리를 차지하고 호령한다. 그래서 어딜 가든 긴장도 되고 겁도 난다. 미디어다음은 어떤가? 과연 미디어다음의 말과 글들에는 누리꾼 누구나가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

 

  - 이 글은 미디어다음 열린사용자위원회 칼럼으로 발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