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면 564돌 한글날이다. 그런데 한글날은 국경일이면서 여전히 공휴일이 아니다. 격에도 맞지 않고 한글날의 소중한 의미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한글날 공휴일로 하는 것은 정말 반드시 풀어야 할 큰 숙제다.
광화문 현판은 한글로 교체해야 한다. 문화재 복원의 원칙 운운하면서 한자 현판을 달았지만, 복원의 원칙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옛 것이라고 해서 다 보존하는 것이 아니다. 보존할 가치가 있는 것에 한해 보존하는 것이다. 보존할 가치가 없다면 보존할 이유도 없다. 처음 한자 현판을 달았을 때는 한글이 없었다. 19세기 후반에 다시 현판을 달았을 때는 한글이 있었지만 한글을 국자로 인식하는 이들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글을 국자로 생각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광화문에 한자 현판을 단 것은 자랑스런 역사도 아니고 시대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까지도 광화문에 걸린 한자 현판을 보면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할까? 늦었지만 한자 현판을 떼고 한글 현판을 달아야 한다. 한글로 적힌 '광화문'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와 미래를 이야기하고 싶다.
외래어 남용과 외국어 사용 문제가 심각하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영어식 표현, 외래어 남용, 불필요한 로마자의 사용 등이 지나치다. 신문과 방송이 이런 현상을 직접 선도하기도 하지만 정부나 대학, 기업 등 사회 주도층에서 이런 일들을 서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계적 추세나 흐름 운운하지 말고 될수록 우리말과 한글을 많이 써야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외국어와 외래어를 모두 우리말로 바꾸어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걸 왜 바꿔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노력마저 하지 않는다면 점점 더 많은 외래 용어가 우리말 속에 들어와 우리말은 본래 지니고 있던 우리말다운 모습을 잃어버릴 것이다. 선루프라는 말이 익숙하지만 지붕창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오픈마켓-열린장터, 보드마커-칠판펜, 할리우드액션-눈속임짓, 하이파이브-손뻑맞장구, 발레파킹-대리주차 등등이 모두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생각과 노력마저 하지 않는다면 정말 우리말은 점점 더 복잡하고 어지러워질 것이고 남의 말처럼 될 것이다.
회사 이름, 건물 이름, 안내문, 표지판 등등에 불피요한 영어 및 외래어 사용을 삼가야 한다. 될수록 우리말 이름을 붙이고 한글로 적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병기해야 한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하고 그 누구도 불편을 겪지 않도록 편안하고 아름다운 언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세종시는 이름부터가 세종시다. 문과 무, 농업과 과학 등에 두루 정통했던 세종의 치적을 기리는 이름이다. 그래서 세종시는 대한민국에서 매우 상징적인 도시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안한다. 세종시를 한글 우선 사용 지역으로 만들자. 모든 표지에 한글을 우선 쓰고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영어 및 외국어를 병기하자. 이를 내용으로 하는 '세종시한글우선사용지역에관한특별법'을 제정하자.
영어 교육에 너무 많은 것을 투자하다 보니 정작 중요 시해야 할 국어는 찬밥 신세이고, 다른 학문과 기술도 푸대접을 받고 있다. 그 바람에 우리 사회가 이미 다양성과 균형을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어 공부에만 몰두하지 말고 좀 더 시야를 넓게 봐야 한다. 외국어 공부도 영어 일색이어서는 안 되고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를 골고루 배워여 할 것이다.
한글박물관이 지어지고 있다. 설계가 끝났고 내년에 착공한다. 박물관이 완성되면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장소가 될 것이다. 한글을 통해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전함으로써 일찍이 우리가 문명 사회의 일원이었음을 알리는 곳이 될 것이다. 신중하게 잘 짓고 잘 꾸며서 우리나라의 명소뿐만 아니가 세계적인 명소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좀 더 우리말을 많이 쓰고 좀 더 한글을 많이 쓰자. 말과 글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우리말과 한글이 함께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하자. 우리말글을 존중하는 것이 나를 존중하고 우리를 존중하는 시작이다. 우리말글을 사랑하고 아끼고 우리말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으로 당당하고 수준 높은 문화의 나라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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