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월 2일자 한국일보 지평선에 실린 '달려라 토끼'를 읽었습니다.
동양에선 토끼가 풍요의 상징이지만 서양에서 토끼 이미지는 훨씬 부정적이다. 대체로 소심하고 겁 많고 별 실속 없이 부산하게 움직임만 바쁜 동물로 여겨진다. 좁은 토끼장 속에 갇혀 끊임없이 생산해대면서 하루하루 똑같은 일상을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이미지에 가깝다. 존 업다이크의 소설 < 달려라, 토끼(Rabbit, Run) > 의 주인공 해리 앵스트롬이 고등학교 때부터 토끼라는 별명으로 불린 이유도 정확히 이런 것이다. 하지만 삶에 짓눌려 사는 이가 어디 그뿐이랴. 현대사회를 숨가쁘게 살아가는 우리들 대부분이 마찬가지다.
매년 각국의 행복지수를 발표하는 영국 신경제재단이 2006년 행복 1위 국가를 선정하기 전까지 아무도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 공화국을 주목하지 않았다. 외적 조건으로 보자면 가장 불행해야 할 나라다. 인구 20만 명에 소득이랄 것도 없는 경제수준에, 서로 적대하기 십상인 온갖 종교들이 혼재해있고, 평균수명도 낮은데다, 무엇보다 100개가 넘는 언어로 서로 의사소통조차 여의치 않은 곳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이유는 딱 한가지다. 작은 것에 만족하고, 남에게 선행을 베푸는 문화가 정착돼있기 때문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은 늘 꼴찌그룹이다. 톱니바퀴처럼 쉼 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일상, 부와 성공에 대한 강박이 행복하지 않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토끼장 속의 불안한 처지와 다르지 않다. < 달려라, 토끼 > 에서 해리는 행복을 좇아 여러 번 일상 탈출을 시도하지만 그렇게 해서 그가 행복해진다는 결론은 끝내 없다. 일찍이 칸트는 실체 없는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스스로 행복을 누릴 자격을 갖추는 게 먼저라고 했던가. 아마도 존중과 배려, 개방과 공존의식이 그 자격일 터이다. 그렇게 다들 토끼의 삶을 벗어나 올핸 좀더 행복해지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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